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 미리캔버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 미리캔버스

#. 30대 1인 가구 박모씨는 최근 아파트관리사무소로부터 단수조치 경고를 받았다. 관리비를 3개월 넘게 체납했다는 이유다. 박씨는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현재 실업급여로 간신히 생활하고 있다. 월세마저 밀리는 상황에서 관리비를 낼 여력이 없던 박씨는 일시적인 연체일뿐 일자리를 구하면 바로 관리비를 내겠다고 항변했지만, 관리사무소는 자치회규칙에 따라 수도계량기를 떼어 가겠다고 즉각 납입을 요구했다. 

최근 경제적 압박이 커지면서 관리비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특히 관리비 체납 관련 사건 사고가 잦아 관련 판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씨와 같이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한 단전·단수 행위 분쟁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강제 단전·단수 행위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위법성이 인정될 여지가 높다. 

형법 제20조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관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해 판례는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또 "형법상 처벌하지 아니하는 소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규정의 문언상 일응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그것이 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서, 어떤 법규정이 처벌대상으로 하는 행위가 사회발전에 따라 전혀 위법하지 않다고 인식되고 그 처벌이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 위반된다고 생각될 정도에 이를 경우나, 국가법질서가 추구하는 사회의 목적가치에 비추어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수단으로 행하여졌다는 평가가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고 했다(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도1657 판결,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2003. 5. 13. 선고 2003도939 판결). 

즉, 관리비를 연체했으니 수도계량기를 떼가겠다는 것은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자치회규칙에 '관리비를 ㅁㅁ개월 이상 연체 시 수도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연체금액이 상당한 액수라면, 독촉장 고지 등 단전·단수에 필요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조치할 수는 있다.

만약 관리사무소가 위법하게 강제 단전·단수에 나선 경우에는 오히려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관리비를 1개월 이상 연체 시 수도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자치회규칙을 내세워 수도료가 포함된 관리비를 연체한 아파트주민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수도계량기를 떼어가 재물손괴죄 등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자치회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347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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