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7년까지 자살률 18.2명 목표 제시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보건복지부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자살률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수십년간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던 자살률 감축 목표를 윤석열 정부가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2027년)은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구현'을 비전으로 내걸고 현재 인구 10만명당 26.0명인 자살률을 2027년까지 18.2명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제협력기구(OECD) 자살률 1위 오명을 탈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목표는 이미 1차 계획부터 제시된 내용이다. 당시에도 목표 자살률은 18.2명이었지만, 2010년 자살률은 31.2명에 달해 충격을 안겼다. 2차 계획은 20.0명으로 좀 더 보수적인 목표를 잡았지만, 이 역시도 2013년 28.5명을 기록해 실패했다. 3차 계획도 20.0명이었지만 2020년 25.7명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진행된 4차 계획은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획기적인 감축을 약속했다. 목표로 2022년 17.0명을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자살률은 25.4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약 20년간 이어진 자살예방 정책 실패는 사회적 불신과 비난만 불러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그간 정책 추진의 한계와 개선사항을 점검해 제5차 계획부터는 근본 원인에 세심하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앙정부 주도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 주도로 수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 대인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등과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경제불황 등이 겹치면서 자살예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두고 5차 기본계획안을 보완해 서둘러 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제5 자살예방기본계획 주요 추진과제는 ▲자살위해수단 및 다빈도장소 관리 강화 ▲복지수급 신청 단계에서 정신건강 위기군 발굴 ▲지자체 특성에 맞는 생명존중안심마을 시범사업 추진 ▲지역사회복합협의체 내 자살예방 분과 설치 ▲인적발굴망 구축 ▲자살관련 보도 관리 강화 ▲민관협력 활성화 ▲정신응급 상황 시 위기개입팀 대응 체계 구축 ▲정신건강검진체계 확대 개편 ▲자살 고위험군 정보 의무 연계 ▲자살시도자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자살유족 지원 사업 전국 확대 ▲위기청소년 조기발굴 지원 강화 ▲청년특화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군인대상 생명지킴이 교육 강화 ▲근로자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 ▲중년남성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 확대 ▲경제위기군 대상 지원 체계 구축 ▲심리부검 활성화 ▲통계 강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기능 강화 ▲자살예방시행계획 수립·평가 체계 개편 ▲광역·기초자살예방센터 역할·업무 재정립 ▲지자체 자살예방 담당조직 신설 ▲자살예방센터 인프라 확충 ▲자살예방인력 전문성 강화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이다.

복지부가 지난 13일 진행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지정토론이 이뤄지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이번 공청회에서는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강승걸 인천자살예방센터 센터장, 심소영 미안하다고맙다사랑한다 운영진,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이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소민아 과장은 “자살예방을 위한 인력이 부족하다. 정신보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배출되지 않는다.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한 교수는 “2018년, OECD에서 이미 대한민국 자살예방 정책에 대해 고평가를 받았다. 이번 계획안을 보면서도 정교하게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복지 사각지대 여러 위험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 담겼다”며 “다만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 10년, 20년 중장기 계획도 함께 세웠으면 한다. 생명존중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는 통계적 오류와 목표 설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여성 자살자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 또 근거 중심의 과학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걸 센터장은 “효과적 자살예방 수행을 위한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2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에 계획한 것과 같이 독립형 자살예방센터 확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상훈 원장은 “자살예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전달체계가 부족해서 기존의 정신건강서비스 체계를 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업의 책임성이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전진아 연구위원은 “해외에 있는 자살예방정책이 거의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만, 국민이 이에 대해 모르고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책, 사업을 전달하기보다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에서 조정, 협업은 지난 5년간 경험을 쌓았지만, 지자체 안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앙부터 정책과 전략이 지자체 안에서 반영되고 시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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