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호 기자.
신민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 생존경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수많은 신작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게임사간 생존경쟁이 치열할 것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 전장이 법정까지 활대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5일 엔씨소프트는 자사 대표작 '리니지2M'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아키에이지 워'를 개발한 엑스엘게임즈와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이틀만인 7일 반박 성명을 내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엑스엘게임즈다. 엑스엘게임즈는 2013년 '아키에이지' 출시 이후 적자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액은 79억3764만원으로 2020년(101억2121만원), 2021년(130억1586만원)에 이어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엑스엘게임즈 입장에서는 아키에이지 워의 흥행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아울러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를 기반으로 내년 '아키에이지2'를 출시, 아키에이지IP 확장을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즉,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엑스엘게임즈가 그리고 있는 그림 자체가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 시급한 것은 플레이어들의 여론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엑스엘게임즈는 그 기간 동안 리니지2M을 표절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엔씨는 아쉬울게 없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소송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끝내 엔씨가 패소하더라도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 실추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엔씨가 2021년 6월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도 2년 넘게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은 엔씨의 편이다.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직후부터 엔씨의 리니지2M과 유사한 것을 넘어 배낀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게임업계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게임은 아키에이지 워 외에도 많았지만, 이정도로 똑같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엑스엘게임즈의 대표로 있다는 점도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리니지 라이크를 창시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 게임사에서 리니지와 흡사한 신작이 출시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방패를 들고 나왔다. 장르적 유사성은 일반적인 저작권 논쟁에서 가장 강력한 변호 수단으로 작용한다. "느낌이 같다", "분위기가 비슷하다" 등의 주장은 저작권법위반의 근거로 삼을 수 없기에, 실제 법정에서는 엔씨가 저작권 침해라 주장한 개별 구성요소들과 그 조합 등을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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