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가 급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한파에 대학가를 떠나지 못한 취준생, 고금리·고물가에 다시 돌아온 사회초년생까지 몰려서다. 

12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 33㎡ 이하)는 평균 59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5.1%나 급등했다. 

평균 월세가 60만원을 넘어선 대학가도 6곳으로 3배 늘었다. 이화여대 인근은 83만5000원, 연세대 인근 69만5000원, 중앙대와 한양대 인근 65만5000원, 고려대와 서강대 인근 62만원 순이다.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중앙대 인근으로 44.59% 올랐다. 이어 이화여대 인근이 38.81%, 한양대 인근이 35.15% 상승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반대로 월세가 하락한 곳도 있다. 서울대 인근은 43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2%, 성균관대 인근은 39만5000원으로 21.78% 줄었다.

대학가 월세 급등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학가는 수요와 공급 변동이 적고 학생들이 월세에 민감해 변동폭이 적다. 하지만 최근 고용한파로 졸업 후에도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직장인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가로 몰렸다. 

임대인들도 공공요금 등 물가 상승을 이유로 월세를 높이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신촌역·홍대입구역 인근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대가 대부분이다. 역세권에서 먼 연희동 일대에도 70만원 수준이다. 한양대 일대는 물건을 찾기도 힘들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는 거의 없다. 

한양대학교 인근 한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도 원룸 매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월세는 많이 올랐다"며 "지난 연말부터 이미 월세난이었다. 재계약을 많이 해서 물건이 적고, 직장인 유입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 속 전세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도 하는 등 전세 거래가 줄고 있다"며 "월세는 금리처럼 변하지 않고 계약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 금전 계획 수립에 더 안정적이어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3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 33㎡ 이하)./표 = 스테이션3
3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 33㎡ 이하)./표 = 스테이션3

이처럼 대학가 월세마저 오르면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52.7%는 월세에 거주한다. 월평균 생활비로는 161만원을 쓴다. 

서울 대학가 월세가 60만원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청년 1인 가구의 생활고가 우려된다. 

고금리 상황이 오기전인 2020년, 이미 청년층에서는 생계비 마련을 위한 대출 건수가 3만건을 넘어선 바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채무발생사유 중 부족생계비충당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2만5703건에서 2020년 3만4752건으로 35%나 급등했다. 

대학가 월세 거주자인 박진우(31, 가명)씨는 "위치 괜찮고 방 깨끗하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은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월 50만원에 거주한다. 반지하고 역에서 좀 멀어서 그렇다"며 "지방에서는 월 30만원에도 살았는데,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주자 이선형(27, 가명)씨는 "서울에서 월세지원금을 주는 걸 알아서 그런가 딱 그만큼 올랐다"며 "나라에서 받아서 집주인한테 주는 기분이다. 여기 살면서 생활고 없는 사람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들 그나마 대학가가 싸니까 여기서 버티는 듯하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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