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달부터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을 위한 안심장비 지원사업을 시행 중인 가운데 남성 1인 가구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픽사베이
서울시가 이달부터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을 위한 안심장비 지원사업을 시행 중인 가운데 남성 1인 가구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픽사베이

#. 서울시에 거주하는 남성 1인 가구 A씨는 최근 두려운 일을 겪었다. 누군가 집 앞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내렸고, 이따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공포를 느낀 A씨는 인터넷을 통해 보안 카메라 등을 알아보다 서울시 안심장비 지원사업을 발견했다. 그러나 A씨는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관할 자치구가 "남성은 범죄 피해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며 지원을 거부해서다. A씨는 "세금도 똑같이 내고, 혼자 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같은데, 남자란 이유로 차별하는 게 정상이냐"며 분노했다.

올해도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을 위한 지원책으로 '안심장비 지원사업'이 시행된다. 서울시 곳곳에서는 모집이 시작됐는데, 남성 1인 가구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1인 가구의 경우 '사건 접수증' 등 주거 관련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거침입 및 스토킹 등의 범죄로부터 1인 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안심장비 지원사업'이 본격 개시됐다.

자치구별 지원물품의 편차가 있었던 기존 지원사업과 달리 1인 가구가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 중 하나인 주거침입 예방에 효과적인 2종을 필수 지원한다.

서울시가 지정한 '1인 가구 안심홈세트' 필수 2종은 현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초인종'과 외출 시 집안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CCTV'로 구성됐다.

지원대상 또한 확대됐다. 소액임차 1인 가구에 한정됐던 기존과 달리 올해부터는 임차가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1인 가구로 대상을 확대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올해 서울시 안심장비 지원사업은 내 집 안팎을 더욱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필수 지원품목을 지정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등 더욱 촘촘하게 준비했다"며 "안심장비가 꼭 필요한 1인 가구, 스토킹 피해자 등 안전 취약계층이 신청하여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중랑구 안심장비지원사업 안내문. / 사진=중랑구청
중랑구 안심장비지원사업 안내문. / 사진=중랑구청

그러나 '모든 1인 가구'라는 말과 달리, 남성 1인 가구는 지원사업 신청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사업의 세부사항에 있어 자치구별 별도 기준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면서다. 

몇몇 자치구의 올해 안심장비 지원사업 신청서를 살펴보면 '남성 1인 가구의 경우 주거침입 범죄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해 증빙자료 추가제출 필요'라는 조항이 달려있다.

지원대상 역시 '여성 1인 가구(여성 법정 한부모가구 포함), 주거침입 범죄 피해 남성 1인 가구'라 명시돼 있다.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제출서류로 ▲신청서 ▲주민등록등본 ▲임대차계약서(전월세계약서)만 구비하면 지원사업 심사를 받을 수 있으나, 남성 1인 가구는 범죄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한 '사건 접수증'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조항은 지난해 남성 1인 가구가 지원 신청을 하는 데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접수증을 발급받으려면 범죄의 피해 등을 경찰관서에 신고해 피해 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1코노미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중랑구가 실시한 1인 가구 안심장비 지원사업 참여자 수는 총 79명으로, 스토킹 등 젠더폭력 피해자 19명(경찰서 연계 성별 비구문)을 제외한 60명 모두가 여성이었다.

같은 기간 종로구에서는 총 27명의 1인 가구가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세부적으로는 1인 여성 가구 ▲20대(14명) ▲30대(8명) ▲40대(3명) ▲50대(2명)으로, 역시 남성 1인 가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사실상 남성 1인 가구는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성별에 따른 제약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구청 관계자는 "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원 등의 제한이 있는 부분이 있다. 선발 지역에 확대가 있었던 것처럼 추후 적용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남성 1인 가구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여성 1인 가구보다 절차가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확정된 것은 없으나 관련 논의 자체는 있었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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