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1인 가구 B씨= 2022년은 1인 가구 원년의 날로, 막 시작한 진정한 1인 가구의 삶에 맞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부비며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려 분투하던 해였다. 재무상담같이 1인 가구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는 것 뿐만 아니라 오랑이나 가족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적 연결 강화 프로그램까지, 주 2~3회씩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다이어리를 채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비대면 프로그램이나 자치구 프로그램에만 집중했지만, 자신감이 붙으며 다른 구의 프로그램들도 지원 하기 시작했다. 

 노원구의 사회적 관계망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관계의 참견"은 당시 나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 당시 어머니와의 불화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고,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이 관계를 손에 쥐고 절절매며 해결 방법을 찾아 매몰되어 있었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느껴지는 관계의 참견은 마치 누군가가 오은영 선생님처럼 우리의 관계를 참견하며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것만 같았다. 

관계의 참견은 총 3회기로 이뤄졌다. 처음에는 집단 상담 같은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이론 수업부터 시작했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었지만 강사님이 끊임없이 참여와 호응을 유도하며 퀴즈를 내시고 딱딱한 심리학 이론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주시는 등 한 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수업 시간을 마친 후 강사님이 추천해 준 책을 도서관에 대여신청을 하면서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고 빨리 시간이 흐르기를 바랐다. 

강사님의 수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숙제를 줘서 내 인생을 톺아보고 또 내가 수업을 듣지 않아도 그 전 수업과 다음 수업을 연이어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일 많이 열심히 작성한 사람에게 커피 쿠폰을 주신다고 하며 싫어하는 것을 써오라고 하셨을 때 업무를 하면서도 틈틈히 적어가서 혼자 300개 정도를 적어갔던 기억이다. 인생에서 큰 기쁨 세 가지와 큰 슬픔 세 가지를 적으면서 어떤 사건들이 나를 만들었는지 되새겨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수많은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다. 본캐를 알고 부캐를 만들자. 유년기의 안좋은 기억으로 나의 성격이 형성되었지만 내 기질은 바뀌지 않아도 내 성격은 바뀔 수 있다. 앞으로의 수많은 경험이 우리를 바꿀 것이다. 할 수 있다." 

"나는 관계에, 상황에 따라 다른 존재이다.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이면 삶을 즐길 수 있다.자기 정체성을 규정하는 대신 가능성을 열어두자." 

강의를 들으면서는 내가 생각보다는 정서적 안정을 스스로 일궈냈구나 싶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나는 불안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고, 나의 위험회피는 100이고 이건 내 기질이라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불안을 낮추고 있었다. 일기 쓰기, 가계부 쓰기, 매주 일요일마다 요리를 하는 것, 주 2회 러닝, 대중교통 안에서 책읽기,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하는 게임 등등 100일 넘게 수행하며 이제는 나의 습관이 된 루틴들이 있고 이게 내 삶을 안정시켜준다.

노원구 가족센터의 '스물하나 서른아홉' 이나, 서울시 마음상담 선정 후 상담을 받는 것으로 힐링이 자연스럽게 됐다.  관계의 참견은 4월에 끝났지만 그 유산은 내 마음에 남아 나의 중심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부모님과 풀기 어려웠던 관계도 수업 내용을 곰씹으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모습으로 서있는지'를 상기하다보면 당장은 어려워도 차츰 내 손으로 풀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 정말 좋은 기회였고 프로그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