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 디자인 = 조가영 기자
사진 = 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 디자인 = 조가영 기자

#. 최근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 온 30대 1인 가구 강동훈(가명) 씨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전에 살던 원룸은 한 층에 3세대 정도여서 복도에서 울리는 문소리, 발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이곳은 한 층에만 5세대 이상씩 상주하고 있다. 세대수가 많다 보니 윗집에서는 발망치 소리가, 옆집에서는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강 씨는 일상적인 소음은 그러려니 했지만, 옆집에서 술 마시고 떠들면서 노래 부를 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가서 쪽지라도 붙이고 와야 할지 관리인을 불러야 할지 그냥 참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는 "관리인이 항상 상주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랑 달리 단기 거주인이 많아서 앞뒤 없이 보복성으로 소음을 내는 경우도 심하다던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1인 가구는 소규모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 다인 가구에 비해 층간소음 피해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실내 생활이 증가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21년 총 4만 6596건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만 6257건에 비해 77.46%나 증가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는 엔데믹 이후로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층간소음 관리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돼 있어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원룸,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법·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 규정하는 층간소음 예방 생활수칙 및 대처방안은 의무관리 대상이 공동주택에 한정돼 있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을 포함한다)의 공동주택 등이다.

의무관리 대상에서 빠지는 소규모 공동주택은 관리주체 및 입주자 자치조직이 부재하고, 관리규약이 적용되지 않아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재 및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소규모 공동주택·비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층간소음 피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해결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직장 근처 오피스텔로 거주지를 옮긴 30대 1인 가구 이의정(가명) 씨는 처음으로 층간소음이 뭔지 알게 됐다. 이 씨는 독립하기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았다. 오피스텔에서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렸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몰랐던 냉장고 소리가 거슬렸다. 무엇보다 참기 힘들었던 건 이웃집에서 들리는 소음이었다. 천장에서는 의자를 끄는 소리가 수시로 들렸다. 무거운 물건을 땅에 내려놓는 소리도 났다. 자려고 벽을 보고 누웠는데 옆집에서 말소리가 들려올 땐 정말 신경이 예민해졌다. 낮에는 텔레비전을 계속 켜 놓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밤이랑 새벽이 고역이었다. 이 씨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힘든데 방음이 안 되니까 내 사생활 보호도 안될 것 같다. 밤에 화장실 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원룸에서 살고있는 20대 1인 가구 김미연(가명) 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아래층 이웃과의 갈등은 김 씨가 이사 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아래층 사람은 김 씨가 이사한 다음 날 아침 9시에 김 씨의 집을 찾았다. 시끄럽다고 하길래 김 씨는 이사를 해서 그렇다며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3일 뒤 또 올라온 그는 "매일 시끄럽고 발소리 하나하나까지 다 들린다"며 신경질을 냈다. 딱히 시끄럽게 한 적이 없었던 김 씨는 순간 일상생활을 하지 말라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이 그렇게 큰 편도 아닌데 억울하기도 했다. 김 씨는 "조심하래서 하고는 있는데 또 찾아올까 봐 스트레스받는다. 또 오면 진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보다 주택 상태에 대한 양호도 평가가 모든 항목에서 낮았다. 불량하다고 평가한 항목은 주택내부소음(37.3%), 주택외부소음(27.2%), 방수상태(19.8%), 채광상태(19.8%) 순이다.

노웅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층간소음 관련 규정이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돼 아파트를 제외한 원룸,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7.4%의 국민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접수할 창구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며 지적한 바 있다.

층간소음 상담이 가능한 대표적인 창구로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있지만, 이 곳의 서비스는 공동주택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공기전달 소음에 한정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공동주택·비공동주택 입주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으니 갈등이 있다면 이곳을 이용해 보자.

서울시는 '이웃분쟁조정센터'를 통해 층간소음 관련 분쟁을 조정해 주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이 센터는 분쟁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해결이나 법원의 소송이 아닌 조정 전문가에 의한 조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공적 완충장치다.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는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은 전문 조정위원회로 이관함으로써 공동주택 이외에 다양한 주거공간 형태에게 기회를 더 제공한다.

또 층간소음뿐 아니라 흡연, 누수, 애완동물 등 다양한 이웃 간 생활 분쟁과 갈등을 조정해 주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환경부와 함께 오는 12월까지 비공동주택 층간소음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광주시 다가구주택 및 오피스텔(주거용) 주민은 광주시 마을분쟁해결센터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피해 조사·상담·조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광주 북구와 북구마을분쟁해결센터는 소음측정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제공해 비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자체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측정 정보를 갈등 중재 상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광명시가 운영하는 '광명시 층간소음 갈등해소 지원센터'는 2019년부터 오피스텔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 힘써오고 있다. 광명시는 2013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층간소음 갈등해소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해 왔다. 이후 주택법상 준주거주택으로 분류되는 오피스텔 신축의 증가와 늘어나는 층간소음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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