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준영 코레일 부사장, 양대권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 한문희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 사진 = 각 사, 연천군
왼쪽부터 고준영 코레일 부사장, 양대권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 한문희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 사진 = 각 사, 연천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차기 사장 인사가 빠르면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보자 중 안전사고 책임은 물론 노조와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철도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1일 임원추천위원회 평가를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5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코레일 출신은 3명으로 ▲고준영 코레일 부사장 (현 사장직무대행) ▲양대권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 ▲한문희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이다. 외부 인사는 이창운 전 한국교통연구원장과 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장도 후보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코레일 차기 사장직에 코레일 출신 전·현직 임원의 임명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러 뒷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려워 후보자 5명 중 1명이 최종 선임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코레일 사장은 책임과 부담을 갖고 해야 할 일이 많다. 하루라도 늦출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내부 사정에 정통해 적응기간이 짧을 코레일 출신 후보의 사장 임명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문성과 인지도 등에서 고준영·양대권·한문희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3명의 후보 모두 철도 안전사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과 더불어, 강성노조로 꼽히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는 시점에 노조와 갈등을 빚은 전력이 있거나 갈등이 예상되는 터라 누가 임명되더라도 난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고준영 부사장의 경우 나희승 전임 사장이 해임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발생한 오봉역 사망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나 전 사장을 해임했다. 국토부의 코레일 특정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나 전 사장이 기관장으로서 철도안전관리체계의 지속적인 유지 및 변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고 부사장의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같은날 벌어진 1호선 하행선 열차 고장, 상행선 단전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15일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 17일에는 경의선 단전 사고가 벌어지면서 승객 불편 등 피해가 이어졌다.

노조와의 관계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고 부사장이 참석한 비상안전경영체제 관련 회의에서 코레일은 "잘못된 관행이나 원칙에 어긋난 요구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정당한 경영권행사로 노와 사의 관계를 꾸려나갈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SR 관련 의제는 나오지 않았으나, 사실상 현 정부의 기조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양대권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레일의 용역 자회사격인 코레일네트웍스가 코레일이 운영 중인 수도권 지하철역 287개 중 140곳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만큼 그간 발생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양 전 사장의 임기 당시였던 2022년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네트웍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보산역에서 역무원의 근무태만으로 승객 약 15명이 역사 내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역사에 갇힌 승객 중 한명이 119에 신고했고, 소방관에 도착해 역무원을 깨우고 나서야 승객들은 역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노조와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지난 4월 코레일네트웍스의 직원들이 근무표를 조작해 불법 수당을 챙겼다는 보도가 나가자 코레일네트웍스측은 "이번 사건 내용을 전 직원에게 전달해 명백한 규정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공유했다"며 "내부 근태 관리 시스템 헛점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노조는 곧장 반박성명을 내고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놓고 수당을 받을 수 없게 한 게 본질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주어야 할 인건비를 당기순이익으로 남겨 매년 원청 코레일에 배당금으로 지급해왔다"며 "누가 도둑인가. 대체근무를 했음에도 근무시간을 전산에 입력하지 못해 다른 직원을 통해 대신 받아야 했던 노동자들인가 아니면 노동자 임금을 중간 착취해 다시 원청에 배당금으로 돌려줘 온 사측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문희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 전 사장의 경우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음에도 코레일 사장 공모를 위해 사퇴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 전 사장은 지난달 14일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 인근에서 열차탈선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사퇴를 발표하면서 공사 안팎에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3명의 후보 중에서는 한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일 국립철도고등학교 동문이 운영 중인 한 블로그를 통해 유출된 바에 따르면 한 전 사장은 코레일 임명추천위원회에서 최고득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 전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요직에 있던 인물로 업계에서는 여권 인사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된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은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며 전 정권에서 민영화를 이끌었던 코레일 경영진에 대해 대기발령 등 조치를 내렸는데, 한 전 사장도 이 시점에 코레일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한 전 사장이) 많은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사퇴를 결정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해 봤을 때 유력 후보 중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후보는 한 전 사장 뿐"이라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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