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장후 기습적으로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주들의 아우성이 거세다. 회사는 여론을 의식해 자사주 소각을 검토 중이라 밝힌 상황이나, 증권가에서도 주주가치 희석을 지적하는 리포트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유상증자 발표 여파로 전일 6.08% 급락한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금일 장 초반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SK이노베이션은 장 마감 후 1조1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자금이 있음에도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연결 전체로는 보유 현금 충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금은 자회사에 있고 자회사 자체 사업 투자를 위한 것"이라 밝혔다.

다만 이 중 채무상환자금에 투입되는 금액이 유상증자 총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35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왜 주주들의 돈으로 회사의 빚을 갚아야 하냐는 지적이다. 남은 자금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에 4092억원, 시설자금으로 4185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나, 한쪽에선 채무 상환에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과 회사 자체 재원이 아닌 주주지분 희석을 통한 투자가 진행된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 SK이노베이션에 투자의견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 유지, 목표주가를 기존 20만8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하향했다.

정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할 1조1800억원 중 채무 상환에 3500억원, 부천-대전지구 연구개발 캠퍼스 조성 등에 4195억원,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연료 생산 등 신사업 투자에 약 4092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익 창출을 통한 현금성 자산이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 자본을 상환하고 캠퍼스 등을 건립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 인력과 임직원에 대한 성과 중심 보상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더 가시적인 성과와 연동될 가능성이 있고, 임대나 기존 건물 활용 등 다른 방안도 가능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암모니아 수소 등 투자 예정인 신규사업들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단기 수익성 개선 효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초 단행한 SK온 유상증자에 SK이노베이션이 참여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에는 SK온이 참여하지 않았다"며 "장기 투자건들의 경우 단시일 내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주주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등은 밝히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투자자는 "전환사채를 쓰든 자사주 담보로 대출을 하든 회사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주주도 신뢰를 보인다"며 "배터리는 물적분할하고 돈은 이노에서 가져다쓰고 유증에 금요일 장마감 도둑공시, 이게 ESG 경영인가. 말만 번지르한 주주친화"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최태원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먼저 자사주 소각을 확정 발표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해도 진행하라. 주주 뒤통수를 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장 마감 후 유상증자 소식을 발표한 '전략적 선택'이 오히려 주가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타 증권사의 전망과 동일하게 장기적으로는 이번 유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면서도 "다만 유증 소식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장 마감 후에 갑작스럽게 공개되면서 부정적 공시효과가 커져 주가 급락에 더욱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금일 11시 7분 현재 전일 종가 대비 0.64% 하락한 주당 17만400원에 거래되고 있다.[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