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가영 기자
사진=조가영 기자

20대 1인 가구 오은효(가명) 씨는 "인천에서 3시간 걸려 이곳까지 왔다. 최근 1인 사업을 하게 됐는데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많고 어려운 점도 많았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고민이 되고 머리가 아팠다. 새출발을 앞두고 마음과 정신을 맑게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됐다. 오늘만큼은 휴대폰도 멀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세 1인 가구 이태훈(가명) 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어서 왔다. 집에서는 명상을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명상을 하더라도 금방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 같다. 또 바쁘게 살다 보니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결혼할 사람과 무엇을 위해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싶어서 이 곳에 오게 됐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온 20대 여성 주이(가명) 씨는 "한국에 와서 무얼 위해 열심히 살았나 이유를 찾고 싶어서 템플스테이에 왔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러 온 방문객들과 한곳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 수만 700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다./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가 늘면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족', '단체'보다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1인 가구 수만 700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봉인사의 템플스테이 역시 1인 가구에게 인기다.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가 찾는 올 여름 힐링 프로그램의 하나로 봉인사 템플스테이에 직접 참여해 봤다. 

지난 1일 봉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제각기 다른 이유로 방문한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혼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있다.

주말마다 심신의 안정을 찾으러 온 이들로 북적인다는 봉인사 템플스테이를 직접 찾아가 봤다.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봉인사 템플스테이 전경./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가 찾는 올 여름 힐링 프로그램의 하나로 봉인사 템플스테이에 직접 참여해 봤다.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봉인사 템플스테이 전경./ 사진 = 조가영 기자

템플스테이의 힐링 취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 프로그램은 당연 '명상'이다. 고요히 눈을 감고 잡생각을 하지 않고 신체와 호흡에 가만히 집중해보는 행위다. 

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 평가 등에서 벗어나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가족 중심의 현 사회를 살아가는 1인 가구라면 효과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진행을 맡은 한 관계자는 명상을 '먼저 자신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할 때 내 안에서 짜증이 올라오는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지 어떤 마음이 드는지 나를 경청해야 비로소 상대에게 공감하고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다 생각했던 명상의 시간이 기자에게는 많은 생각과 현실을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른 참가자 역시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20대 1인 가구 김평환(가명) 씨는 "평소에 뜬구름 잡는 얘기나 아무 의미 없는 얘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게 아니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든다. 명상은 머리에 지식을 집어넣는 게 아니니까 성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 보니까 달랐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대로 멍때리는 시간, 흘려듣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입관체험은 살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어진 현재를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취지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입관체험은 살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어진 현재를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취지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또 이곳에서는 '입관체험'이란 걸 한다. '죽음에서 행복을 찾다'라는 제목의 이 체험은 관 속에 잠시 동안 들어가 조용히 있어보면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삶과 죽음에 대해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어진 현재를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취지다.

입관체험에 참여한 30대 남성 박종원(가명) 씨는 "관 속에 누워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어 문을 반쯤 열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돌아보니 언제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었고 지금까지는 불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는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황은미(가명) 씨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죽음이라는 불행을 의식함으로써 '나는 살아있으니까 행복하다'고 느껴도 되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 입장에선 죽음이란 게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당연한 거다. 이 곳에 오니 밖에서 싫어하는 사람 생각이 안 나더라. 평소에 가족들에게 표현을 많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40대 남성 김자경(가명) 씨는 "편안하고 아늑했다. 관 속에 누워서 만약 지금 죽는다면 죽기 전 후회되는 일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살아온 삶에 후회가 없었어서 지금 만약 죽는다면 그렇게 아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현재를 충실히 살고싶다"고 했다. 

입관체험은 당하는 죽음이 아닌 받아들이는 죽음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체험이다. 방문객들은 행복이라는 삶의 목적을 상기하고 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생전에 스스로 연명 치료 중단을 미리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64만450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작성한 문서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40만명을 넘어섰다.

1박 2일간 직접 경험하면서, 1인 가구 사이에서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고령층 한정으로 이뤄지던 입관체험 등은 긴 삶을 살아갈 20·30대 1인 가구에게도 여러 의미를 전해줬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템플스테이에서 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 평가 등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조가영 기자
템플스테이에서 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 평가 등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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