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의 의미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지난 5월 22일,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일부 내용이 개정되어 공포됐다. 여기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보장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은 공영장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황유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황유정 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 자체도 의미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었다. 52명의 서울특별시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서명했고, 본회의에 참석한 재적의원 80명 중 80명 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와 공영장례에 대한 시의원들의 관심과 공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공영장례가 중요한 사회보장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여러 측면에서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서 전국 최초로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한 조례 내용의 의미를 우선 톺아보자.

전국 최초로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보장

「공영장례 조례」는 광역 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한다. 현재까지 제정된 90개 이상의 「공영장례 조례」에는 '고인'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만,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번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개정을 통해 이러한 권리가 전국 최초로 보장됐다. 즉,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뿐 아니라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부고 게시와 사별자와 자원봉사자 등 시민의 참여 보장을 시장의 책무로 추가했다.

개정된 조례 제3조 제4항에 명시된 "시장은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 보장을 위하여 공영장례 일정 등의 부고를 게시하고 공영장례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별자와 자원봉사자 등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가 그것이다.

제11대 _318회 2차 공영장례조례개정 통과
제11대 _318회 2차 공영장례조례개정 통과

 

부고 게시의 의무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센터'를 담당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자체 홈페이지에 '무연고 사망자'의 부고를 게시했다. 장애인 언론사 비마이너는 그 부고를 뉴스 기사의 형태로 재생산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왔다.

이 부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왔다. '무연고 사망자'의 부고가 혈연의 범위 밖의 사람에게 가닿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지자체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혈연의 범위에만 시신 인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사망 사실 자체를 듣는 것조차 어렵다. 

공영장례 빈소에는 사전에 알지 못한 사별자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혈연의 연고자가 아니어서 지자체나 상담센터를 통해 장례 일정을 안내받지 못했지만, 부고 기사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고 찾아온 것이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친구가 걱정되어서 매일 같이 부고란을 새로고침 했어요. 마침 엊그제 부고가 올라오더라고요."

부고 게시는 장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이며, 이는 고인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위해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고 게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무가 아니었고, 현재 대부분의 공영장례 조례에는 이러한 규정도 없다. 

이번 조례가 개정되면서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웹페이지뿐 아니라 서울시 웹페이지 등 보다 공신력과 접근성이 보장된 채널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부고를 게시하게 됐다. 이제는 부고가 전달되지 못해 애도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별자와 시민 자원봉사자의 참여 보장

개정된 조례는 사별자와 시민 자원봉사자의 참여 보장 또한 시장의 의무로 규정했다. 여기서 사별자는 가족뿐 아니라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을 포함한다. 애도할 권리는 비단 가족에게만 국한된 권리가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도할 권리가 박탈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시신 인수를 할 수 없었던 연고자 또는 고인과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공영장례에 참여를 원한다면 공무원은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즉 사별자의 공영장례 참여는 공무원의 '배려'또는 '혜택'이 아니라 권리로서 조례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공영장례에 시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의 경우 사별자 참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시민 자원봉사자가 상주 역할과 화로 봉송 등의 운구를 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제도가 할 수 있지만, 애도는 결국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끝이라고들 한다. 육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이 타당하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고인의 가족과 친밀한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죽음의례는 무척 중요하다. 이 관계의 전환점을 어떻게 지나치느냐에 따라 사별자들의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사별자들의 애도할 권리는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개정을 통해 전국 최초로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까지 보장받게 되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복지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러한 변화가 전국의 지자체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한다.[1코노미뉴스=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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