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50대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걸 해본다. 동네 편의점에서 속성으로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했는데, 진상 손님도 만나고 실수도 하면서 적응 중이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각 이상이었다. 그만둘까 생각도 들지만, 기술도 없고 이 나이에 초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퇴직한 50대 오 모 씨의 말이다. 오 씨가 몸담아 온 A사는 고용노동부의 '60세 정년제'를 시행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직원이 50대 후반에 조기퇴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존재해서다. 

50대 조기퇴직자는 오 씨뿐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기업은 드물다. 현장일이 많은 제조업에서는 특히 더하다. 40대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투자와연금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5~64세 연령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집계된 바 있다. 퇴직 사유는 절반 이상이 비자발적 조기퇴직이다. 

은퇴 희망 나이는 73세. 무려 24년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통계플러스 여름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에 달한다.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50·60대가 늘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50대 이상의 아르바이트생이 급증했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알바몬에 등록된 50대 이상 알바생 이력서는 전년 동기 대비 69.9% 증가했다. 남성은 90.3%, 여성은 61.9% 늘었다. 시니어 알바생이 희망하는 알바 직종 1위는 '매장관리·판매'다. 초보도 일할 수 있고, 육체적 노동강도가 덜해서다. 

알바몬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대비해 가계 소득을 높이기 위해 알바에 나서는 장년층의 증가와, 정년에 가까운 이들 세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생활의 연장을 계획하는 액티브 시니어 알바생들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대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례적으로 노동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이 올해 공동 교섭에 나서며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도 정년을 1년 늘린 61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 중이다.  삼성그룹 12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도 정년연장을 내세웠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12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사측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여파다. 기아 노조도 지난 6일 본교섭을 시작했는데 마찬가지로 정년연장을 요구한 상태다.

정년연장 요구 배경은 국민연금 수령까지 발생하는 소득절벽 탓이다. 1963·64년생은 만 63세가 돼야만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60세 정년퇴직 시에는 소득이 단절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 씨처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재취업을 해야 한다. 50·60대 1인 가구라면 다가올 소득절벽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올여름 임단협 시즌 뜨거운 화두가 된 정년연장 대결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중장년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삶의 질이 낮아지거나 빈곤 상태를 염려할 수밖에 없다"며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저출산 등 인구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개인이 최대한 경제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년연장을 비롯한 노동정책이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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