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1인 가구 '끼리끼리' 모임 
마포구 1인 가구 '끼리끼리' 모임 

 

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생애 첫 1인가구 생활, 화나도록 외로웠다

마포구 1인 가구 A씨= 29살. 처음 독립을 시작했을 땐 나름 낭만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 일 말고도, 개인적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직장 근처로 집을 얻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만날 사람이 없으니 퇴근하자마자 다시 출근하는 곳은 아침에 어질러 놓고 간 침대 위였다. 매일 씻지도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 인터넷 커뮤니티, SNS를 뒤지다가 지쳐 잠들었다. 

방구석에서 마주하는 세상은 참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상이었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욕하는 글을 보는데 하루의 1/4을 소비하니, 정신이 멀쩡할 리 없었다. 쉽게 화내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우울해졌다. 

더 이상 방치하면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심리 방역 프로그램을 받았다.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상태, 집에 오면 느끼는 극한의 외로움에 대해 상담사 선생님께 토로하니 내게 외부활동이 필요하다고 처방하셨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몇 번 외부활동을 했었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는 여러가지 비용이 든다. 시간적 비용, 경제적 비용, 에너지 등. 이 모든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계속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가 없었다. 이게 나로 하여금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 

마포구 1인 가구 지원사업 '끼리끼리' 만나다

SNS 피드를 내리던 중 마포구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사업인 '끼리끼리'광고를 보게 됐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3명 이상 모여 활동하면, 활동 지원금을 제공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취미활동을 가지려고 해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유가 비용적인 부분 때문이었는데, 지원금을 받으면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드니 꼭 선정되고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어떤 동아리를 만들 것인지 구상했다. 그 당시 가장 관심있었던 테마는 '미디어 리터러시'였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정보 기술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정보를 활용하거나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고립된 1인 가구 생활을 하면서,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인터넷 정보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면, 쉽게 선동당하거나 느낄 필요 없는 분노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더 이상 사실이 아닌 정보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기 싫었고, 회사에서도 신뢰성을 보장하는 글을 쓰는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리터러시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는 끼리끼리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마포구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사업인 '끼리끼리' 활동.
마포구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사업인 '끼리끼리' 활동.

 

최소한의 엄격한 규칙, 밀도 높은 독서 활동

마포구 끼리끼리는 동아리 별로 8개월동안 최고 65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혜택 좋은 사업이다. 대신 규칙이 엄격한 편인데 월 1회 이상 모든 팀원이 참석하는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야 하고, 활동 후 7일 이내 활동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지키지 않을 경우 모든 지원이 취소될 수 있다. 동아리 대표의 입장에서 이런 단호한 규칙은 오히려 좋은데, 팀원들이 동아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활동 날짜를 피해 스케줄을 잡고, 성실하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동아리는 8개월동안 추가 활동 2회를 포함해 총 10번의 모임을 가졌다. 또한 끼리끼리 담당자님으로부터 성실한 활동을 인정받아 10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받아 총 75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활동했다.

최소한의 엄격한 룰은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리터러시 스쿨 동아리 내에도 존재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적극적을 실천하자'라는 동아리 목표를 세운 이상, 느슨하게 동아리를 운영할 수는 없었다. 

팀원들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여서 모임 준비를 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매주 월요일 회사를 마치고 카페에 가서 다음 동아리 모임을 준비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는 퇴근 후에 곧바로 집에 들어가 실 속 없는 유투브 콘텐츠나 보며 시간을 때우곤 했는데, 동아리 대표가 되고 나서부터는 발제문도 만들고, 독후감도 쓰고, 책도 주문하고… 방구석에서 누워있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월별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팀원들끼리 활동 소감을 간단하게 작성해야 하는데, 모임 피드백을 보고 고칠 점은 없는지 팀원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독서 활동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일주일이, 한달이 금방 갔다. 어쩌다가 팀원들이 활동이 유익했거나, 의미 있었다는 피드백을 주면 그날 밤은 기분이 좋아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있었다.

팀원들도 동아리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었는데 책 마니또, 독서 골든벨, 문장을 수집해 편지쓰기, 마케팅 책 케이스 스터디 등의 활동은 팀원들이 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게 된 독서 활동이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준비한 책들도 완독하고 와서 동아리 활동이 더 즐거웠고, 적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만남의 '힘'

우리 동아리는 정기 모임 외에도 종종 가벼운 번개 만남을 진행했다. 회사에서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연인과 문제가 있을 때, 비가 와서 막걸리가 땡길 때 등 시시콜콜한 이유를 대가며 다같이 만나 자주 밥을 먹었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에는 시간 내에 준비한 독서 활동을 다 해야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는데, 게릴라 모임을 통해 이러한 결핍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하루는 동아리원 중에 한명이 코로나에 걸려 격리를 하고 있었는데, 1인 가구이다 보니 식사나 약 같은 것을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동아리 대표로써 팀원들에게 간단하게라도 생존 키트를 챙겨주자 제안하려고 했는데, 내가 제안하기도 전에 먼저 다른 팀원들이 간편식과 가글, 구급용품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같이 코로나에 걸린 팀원 집 앞에 방문하여 창문으로 인사하고, 준비한 물품들을 문 앞에 전달해주고 왔다. 이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진한 감동으로 남았는데, 아플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리터러시 스쿨 동아리원들에게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강한 신뢰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해 강력한 연결감을 느낀 우리는 더 끈끈하게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사이

처음에는 함께 책을 읽자는 취지 아래 목적이 있는 만남을 진행했지만, 끼리끼리 활동이 끝난 지금 우리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자주 만나 밥을 먹는다. 최근에는 월드컵 응원을 하기 위해 모두 우리집으로 모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도 지속가능한 모임이 되긴 어려운데, 1인 가구 사회적관계망 지원사업 덕분에 학창시절 친구들만큼 끈끈한 관계의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업비 사용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모임 진행에 관련해서 문의가 있을 때 센터직원분께서 참 많이 도와주셨는데 덕분에 10회 활동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센터직원분께서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전해주셔서 더 풍족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 나는 삐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대해 왔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항상 불평불만만 입에 담고 살았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고 난 후 성격이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매번 모임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팀원들의 긍정적인 모임 피드백을 받으면 행복하고 자신효능감도 생겨 좋았다. 매달 정기모임 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자신감, 행복감이 참 좋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변한 온화해진 내 성격도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된다면 또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사업에 참여하여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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