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청년들의 한숨이 들린다. 월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적당한 방을 찾기 힘들어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청년들의 한숨이 들린다. 월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적당한 방을 찾기 힘들어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청년들의 한숨이 들린다. 월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적당한 방을 찾기 힘들어서다. 대학가 월세는 예년 대비 평균 10만~20만원가량 오른 상태다. 지갑이 얇은 청년 1인 가구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주거비 부담에 마음이 급한 청년 1인 가구는 조금이라도 싼 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는 청년 1인 가구를 노린 불법 쪼개기 원룸이 기승이다.

[1코노미뉴스]는  지난 16일 대학가 쪼개기 원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일대 대학가 원룸을 취재했다. 청년 1인 가구가 몰려 사는 원룸촌 길목에 들어서니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오래돼 보이는 벽돌색 다가구 주택이 늘어서 있었다.

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게 물으니 눈에 보이는 빌라(다가구·다세대주택)는 다 원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룸이 넘쳐날 것 같지만, 정작 매물은 없었다. 한 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매물을 확인해 보니 원룸 월세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세나 매매로 내놓은 상가나 30평 이상 다가구주택만 남아 있었다.

중개업소에 들어가 월세는 없는지 묻자, 있긴 한데 방이 많이 작다고 했다. 월 60 이하 월세를 보여달라고 하니 그나마 있는 몇 집을 보여줬다.

원래 2층 단독주택이었지만 5년 전에 리모델링을 해 3층 건물이 됐다는 곳을 가봤다. 한 층에 6가구나 들어찬 곳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문만 봐도 정상이 아님을 알 듯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60. 13㎡(4평)정도의 원룸으로 옵션은 잘 갖춰져 있지만 옆집과의 간격이 좁아 층간/벽간소음 피해가 걱정됐다.

불법 사항을 물으니 그제야 중개인은 쪼개기 원룸이라고 말했다.

다른 집을 보여달라고 하자 이번에는 1000/50 매물을 소개했다. 15㎡ 크기에 한눈에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원룸을 보여줬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고 오래된 냉장고는 전원이 꺼진 채 방치돼 있었다. 햇볕도 들지 않아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방이다.

이 역시 쪼개기 원룸이었다.

불법이 아닌 곳을 원하니 부동산 중개인은 "원룸 쪼개기의 90% 이상이 불법으로 이뤄지지만 어차피 단속을 나오지 않아 문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교가 몰려있는 연희동·창천동은 옛날에 하숙을 놓던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5평 이상 원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일대를 돌아 나오는 길에 마주친 20대 1인 가구 주원규(가명) 씨 역시 같은 상황을 토로했다. 주 씨는 2학기를 앞두고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아가는 길었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매물이 있다며 보여준 방은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3년 전 불법 쪼개기를 한 방이었다는 것이다.

주 씨는 "계약을 진행하려던 방이 불법 쪼개기 방인 줄도 몰랐고 불법 쪼개기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전용면적이 작은 방이겠거니 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 볼 때 말해주지 않았다. 계약하기 직전에 은행에서 보증금 대출을 못 받으면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계약서를 쓰자고 해서 확인차 부모님께 전화드렸더니 부모님께서 확인해 보시고 알았다. 쪼개기 한 건물인 걸 알고 나서는 계약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대학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균 시세는 60~65만원 선이지만, 실제로 60만원대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쪼개기 원룸 등으로 방 크기가 작은 50만원대와 적정 규모의 70만원 대로 양극화돼 있었다.

A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더라도 저렴한 방을 찾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 근방은 지역 특성상 큰 방이 없을 뿐더러 새로 지어지는 원룸도 다 작게 나온다. 큰 방은 수익이 잘 안 나오니까 집주인들이 불법으로 방을 쪼개는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방이나 다방에 올라오는 방들은 고평가돼 있다. 실제 매물 스펙이랑 차이가 많이 난다. 직방에서 방을 보고 비슷한 매물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보여드릴 게 거의 없다. 직방 플랫폼에는 가장 잘나가는 방 한두 개만 올리는 거여서 그렇다"고 전했다.

또 중개업소 관계자는 "60~65만원이면 저렴한 건 아닌데 매물이 거의 없다. 하나 남았는데 건물이 오래됐고 많이 좁다. 코로나19 끝나니까 집주인들이 월세 가격을 10만원씩 올렸다. 괜찮은 방 구하려면 7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집주인들이 원룸 가격을 내렸었다. 그때 들어간 학생들이 안 나오고 버티니까 매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의 쪼개기 원룸 기승에 대해 시장에서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러한 형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요가 있고 그에 맞춰 공급이 지속되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한 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원룸 시세는 굉장히 이례적인 가격이다. 앞으로 월세가 이대로 지속될지 더 오를지 아니면 내려갈지 예측할 수가 없다. 잠만 잘 수 있는 가성비 방을 원하는 학생이 늘었다. 그런 경우 보통 원룸 쪼개기한 방에 해당한다"며 "방을 쪼개면 수익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공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원리"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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