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최저임금 2.5% 인상은 사실상 삭감이죠. 라면값 봐라. 하루 세 끼 먹으면 통장 거덜 난다."

"시급 1만원 시대 오나 했는데 솔직히 실망이다."

"정말 너무하다. 하루 일당 3000원 더 받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올해와 비교하면 2.5% 인상이다. 역대 최장기간 논의 끝에 나온 최저임금이지만, 노사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결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청년 1인 가구도 불만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고물가로 인해 체감 생활수준이 크게 낮아진 탓이다.  

서울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김 모 씨(29)는 19일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물가상승률을 밑돌아서다. 

김 씨는 "계약직은 매년 재계약하는데 그때 최저임금이 반영된다. 내년에 2.5% 인상이면 나는 그보다 낮은 인상률을 보일 확률이 높다"며 "지금 전기세, 가스비에 식비, 주거비까지 다 올랐는데… 솔직히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박 모 씨(26)도 마찬가지다. 박 씨는 "취준생이라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거의 최저임금에 맞춰서 시급을 준다"며 "내년에는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열릴거라 기대했는데 결국 9860원이라니, 올해랑 별 차이 없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생활비 정말 많이 줄였다. 살면서 이렇게 가난을 느껴본 적이 없다. 경제적 압박감이 정말 크다"고 호소했다. 

노인 1인 가구도 불만이다. 이미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시급 9000원으로 책정되어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도 시급 9620원으로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어서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70대 1인 가구 최 모 씨는 "노인들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하루에 몇시간 잠깐 해도 힘에 부친다"며 "이것도 먹고 살려고 하는 거다. 국밥 한 그릇 사 먹기도 힘드니 돈을 좀 올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는 말에 "내년에는 더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건데, 젊은 사람들 생각하면 물가만큼은 맞춰서 올려야지"라고 지적했다.    

저소득 1인 가구 사이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물가 탓이 크다.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2022년 초까지만 해도 3%대를 보이다가 3월부터 4%대로 급상승을 시작해 5월 5.4%, 6월 6.0%, 7월 6.3%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5%로 내려와 12월 5.0%, 올 1월 5.2%를 기록했다. 2월부터는 둔화세로 전환하면서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내려왔다. 

물가상승폭이 둔화된 것일 뿐 치솟은 물가로 인한 부담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는 올해 물가 둔화세가 이어져 3%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추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다. 기획재정부도 3.3%로 예상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밑돌 전망이다. 물가와 비교하면 사실상 삭감이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올해 공공요금 인상이 잇달아 예정되어 있어, 저소득 1인 가구의 생활고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편 최근 5년간 전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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