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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종로구 1인 가구 A씨 =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지금 나의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수다를 떨지는 않았지만 칼림바 악기의 음계로 마음을 전하며 소통했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재래시장에서 여름 과일들을 사며 깔깔거렸던 시간들은 좋은 과일향기처럼 내 마음에 남아있다.
어느 날이었다. 건물 현관에 동대문구 소식지가 있었고 나는 반갑게 소식지를 집어 들고 방에 들어가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 소식지를 통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신청을 했다. 그리고 네트워크 밴드에서 소통하고 있는 이름이 정말 좋은 '혼자살롱'에 가입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일상은 연인과의 데이트를 기다리듯 설레고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졌다.
지금 현대 사회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극대화되어 사막과 같은 사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지난 1년 동안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관계의 따뜻함을 느꼈다. 신나고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으며 그 순간들은 충만했고 좋았다.
먼저 '늘벗'이라는 동아리 모임 활동을 지원해주는 자조 모임 활동을 신청했다.'늘벗'이라는 이름도 참 좋다. 늘, 항상 친구인 '늘벗' 프로그램에 신청을 한 후 며칠 지나 담당 직원으로부터 '칼림바'라는 악기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전화를 받고 나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었고 악기 하나는 배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던 참이었다.
곧바로 지인에게 이 소식을 전해서 동참할 수 있었고 같은 또래의 회원들이 만나 '칼림바'라는 악기를 배우는 동아리 모임 '칼림바라기가 결성됐다. 작년 가을에 결성된 동아리는 5개월 동안 회원들과 함께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올봄에 다시 만난 우리는 5개월을 더 연습하면서 약간은 고난도의 곡을 연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잠이 안 올 때나 조금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악기를 꺼냈다. 다른 악기들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게 마련인데 칼림바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 늦은 시간에도 연습할 수 있었고 칼림바를 연습하다 보면 아름다운 그 소리가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 했다. 또래의 회원들과 처음 만나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엄지 피아노라 불리는 '칼림바'라는 악기를 처음 만지면서 신기해하고 악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슴이 뛰던 그 순간의 기억은 아마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활동이 있는데 '나눔의 미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이었다.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이 지며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경동시장에서 우리는 만났다. 커뮤니티 공간에서 신청 모집을 보고 곧바로 신청을 한 후 진행 관련 문자를 받을 때마다 꼭 연인의 문자를 받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마침내 토요일 아침이 왔다. 데이트를 나가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서 준비를 하고 경동시장 내에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팀별로 정해진 자리를 찾아 앉자 프로그램 내용이 소개가 되고 진행자의 진행에 따라 자기소개도 하며 소통활동을 했는데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같이 시장을 보고 과일청을 만들고 샐러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다른 것처럼 다른 과일들을 골랐고 다른 종류의 과일청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같이 의견을 나누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하하거리며 상큼하고 맛있는 과일청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다르지가 않은 하나가 되는 경험이었다.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상인들을 만나고 과일과 야채들을 사서 맛있는 과일청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대단히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었다.
살다보면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우울한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면 나는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우울함을 날려 보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꽤 괜찮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또한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이런 작은 시간들이 모여 삶을 이루고 행복한 시간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가 살고 있는 구청의 소식지를 꼼꼼히 읽고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