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영 기자
조가영 기자

"이틀에 한 번꼴로 밀키트를 먹는다. 외식물가도 오르고 채소값도 오르다 보니 집에서 요리해 먹기보다는 그냥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편이다. 맛은 있는데 너무 짜다. 나트륨 함량을 살폈지만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건강이 염려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냥 먹는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40대 1인 가구 이 모 씨의 말이다. 요즘 이 씨는 집 앞에 새로 생긴 무인점포에서 밀키트로 저녁을 해결하곤 한다.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 식당에서 밥을 먹기 힘들어져서다. 매일 밥상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인데 식재료값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집중호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채값솟이 더 오른다고 하니 이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결국 이 씨의 발길이 향한 곳은 무인 밀키트 점포다. 1만원대 안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채소가 비교적 많이 들어간 제품으로 고를 수도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수요층 다변화, 고물가로 밀키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 산업통계정보는 국내 밀키트 시장이 2020년 1882억 원 규모에서 2025년 7253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품군도 제법 다양해졌다. 1인 가구의 한 끼를 해결할 대안이 됐다는 점에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밀키트가 과연 건강에도 괜찮을지 우려된다.

밀키트는 제품에 대한 영양표시 의무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실제로 영양성분에 대한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 제품들도 많다.

제조사는 밀키트에 포함되는 원재료는 사육환경, 재배환경, 계절과 지역에 따라 영양표시가 달라 오차범위가 크기 때문에 영양성분을 표준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영양 표시를 위해서 기존 포장지를 폐기 처분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내비쳤다.

그러나 밀키트는 과도한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으로 수차례 지적받아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판매량이 높은 밀키트 제품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부대찌개, 밀푀유나베 제품의 영양성분을 전수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나트륨 함량은 일일 권장량인 2000mg을 2배 가까이 초과했으며, 포화지방의 함량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단체 등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국민 건강을 고려해 영양성분 표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에도 1인 가구의 밀키트 이용 증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와 정부는 여전히 국민건강에 소홀하다. 밀키트 영양표시 의무화에 대한 주장이 처음 나온 건 2021년이지만, 2년이 다 돼가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과 국민 건강을 위해 자연산물 모두를 포함한 밀키트 영양성분 표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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