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2021년보다 2022년 현재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총 가구는 2238만가구로 1년 전보다 1.6%(36만가구) 증가했다. 반면 평균 가구원수는 2.25명으로 5년 전에 비해 0.23명 줄었다. 1인 가구는 750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한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전년보다 5.2%(21만가구) 줄어 383만명을 기록했다. 2021년 통계청의 동일한 조사에서 1인 가구가 33.4%로 716만 5788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구수로는 약 34만가구 정도, 비율로는 1.1%p 정도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 증가율은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 자체는 2020년 8.1%로 정점을 찍은 이후 수치상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가 19.2%로 가장 많고 30대가 17.3%, 60대가 16.7%를 차지했다. 시도별 1인 가구 비율은 대전(38.5%)이 가장 높고 울산경기(30.2%)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 및 고령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때문인지 4년간 459곳의 유치원이 줄어들 때 건보 지원받는 노인 보호센터는 5090곳으로 1800곳 넘게 늘었다. 일본 어느 지방 초등학교가 노인요양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노인요양원에 입원한 분 중에 그 초등학교 졸업생 출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 거짓 같은 사실을 통해 일본 지방 지역의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K요양원은 원래 유치원이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원생이 줄자 유치원 문을 닫고 2022년 1월부터 고령층을 위한 요양원으로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로서의 실버 세대 급증이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어린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은 노인 돌봄 시설로 바뀌었다. 공식 명칭은 주·야간보호센터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고령층이 대상이다. 유치원 시설의 용도가 바뀐 탓도 있지만 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따라서 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라고 해서 '노(老)치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08년부터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정부가 비용의 85%까지를 지원하면서 시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만 해도 3211곳이었는데, 2022년 말 전국 5090곳으로 급증한 것이다. 

고령층 돌봄 수요는 고령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4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42만6천명(4.9%) 증가했다. 2020년 820만6천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900만명대까지 늘었다. 65∼74세가 전체 고령인구의 58.1%를 차지했고, 75∼84세는 31.7%로 집계됐다. 85세 이상 초고령자의 비율은 10.2%였다. 여기에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가 65세 대열에 들어서면서 내년 대한민국 고령층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기 때문이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1000만 실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도 197만3천가구(21.8%)로 2021년에 비해 8.2%p 증가했다. 특이점은 고령 1인 가구의 '나혼삶'으로서의 '혼자 사는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중 1년 전보다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60대로 6.5%(7만6000가구)늘었다. 전체 일반 가구 중 고령자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9.1% 수준이다. 10집 가운데 한 곳은 1인 독거노인가구라는 의미다. 고령자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15.0%)이었다. 특·광역시 중에서는 부산(11.1%)의 고령자 가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2년 말 17.7%로, 29.9%인 일본보다는 현재로서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22년 뒤인 2045년 한국의 고령화율은 37%로 높아져 일본의 36.7% 수준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65세이상 고령인구비율이 가장 많은 소위 '늙은 사회, 늙은 나라'가 된다. 1000만 실버 시대는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고령자 비율이 높아져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부동산 같은 자산을 빼고 단순 명목소득만 갖고 계산한 '통계 착시'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까지 합칠 경우 60세 이상의 자산규모는 소득보다 훨씬 많다. 부동산자산을 포함한 60세 이상의 자산규모는 국내 순자산의 46%에 달한다. 그야말로 '액티브시니어'이자 '파워 실버'인 것이다. 핵심 소비자인 '액티브시니어'를 겨냥한 광고들이 최근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실을 반영한 결과다. 오히려 자녀세대나 손주세대보다 소비 능력이 월등하다. 

'유치원'아닌 '노치원'시대로 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미래'다. 다만, 이런 예고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정부도 나름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고령화되고 있는 각자의 준비가 중요하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영화 '은교'에 나오는 대사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상벌의 개념도 아니고 비교의 대상도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예고된 미래'다. 따라서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오늘'이 그 각자의 몫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날이어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1코노미뉴스=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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