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반지하 집에 사는 전 모(65) 씨는 지난해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이후 일기예보에 민감해졌다. 당시 옷과 가전제품 등 세간살이를 못 쓰게 된 전 씨는 지금까지도 회복을 못 한 상태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전 씨는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 씨는 "지난달 장마 때 싸놓은 짐을 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짐을 싸야 한다"며 "하늘이 야속하다"고 전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지난달 집중 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만큼 전국이 태풍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지난 7일 오후 6시부로 중대본 비상근무 2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또 중대본은 강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예상되는 만큼 반지하주택 등 위험지역 주민의 신속 대피를 위한 조력자 연락망을 정비할 것을 지시했다. 

금일 행정안전부 역시 안전 재난 문자를 통해 '태풍이 북상 중으로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태풍 주의보에 반지하에 거주 중인 1인 가구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지만, 이사를 갈 수도 없고 별다른 대책도 없어서다. 

30대 1인 가구 김 모(34) 씨는 "지난달 집 앞 골목길이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찼다. 침수가 무서워 서울시에 연락하니, 침수 위험 지역이 아니라 아무것도 지원해 줄게 없다고 했다"며 "이사할 돈은 없고, 자다가 죽기 싫어서, 침수 경보기를 사서 달았다. 불안해도 반지하를 떠날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침수에 따른 반지하 주택 거주 1인 가구의 인명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부족하기만 하다. 

빈곤사회연대 '반빈곤프리즘'이 발표한 '반지하 폭우참사 1년, 서울시 반지하 주거대책 진단'을 보면 전국의 반지하 거주 가구는 총 36만5000가구로 일반 가구 32만7320가구, 외국인 가구 3만8054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1인 가구 비율은 각각 55.7%, 54.3%다. 

반지하 거주 가구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다. 반지하 1인 가구는 침수 피해 대비를 홀로 해결해야 하고, 긴급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받지도 못하는 고위험군이다.

그런데 서울시조차 침수 대비 지원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 6월 5일 기준 서울시가 침수방지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정한 가구(2만8439가구) 중 21%만이 설치를 마친 상태다. 서울시 전체 반지하주택으로 대비하면 2.6% 수준이다. 

심지어 서울시 반지하 가구 중 올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6월 말 기준 920가구뿐이다. 또 지난해 폭우참사 이후 반지하주택으로 입주한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반지하 매입실적은 더 저조하다. 시는 올해 1000가구 매입을 계획했다. SH공사는 3450가구 매입 계획 공고를 냈다. 하지만 심의통과 물량을 포함해도 반지하 매입은 314가구에 불과하다. 

신규 건축 허가 시 주거용 반지하는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건축법 개정 역시 '무소식'이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최소한의 조치로 침수방지시설 설치라도 충분히 해야 한다. 건물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면 행정 조치를 통해서라도 의무 설치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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