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가영 기자
사진 = 조가영 기자

올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통계청 기준) 0.7명이라는 숫자가 발표된 이후 한국 사회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0.7명은 2020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을 못미치며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024년 예산안에서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17조5900억원을 배정하는 등 저출산 대책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인기 온라인플랫폼 무신사의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을 좀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는 발언을 한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비단 무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사업장 이행강제금 부과 및 징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5년 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사업장은 전국에 총 20곳으로 부과 건수는 62건으로 집계됐다.

사회에서는 줄곧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가족친화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가족친화정책과 발맞춰 걷기는 커녕 오히려 반대로 가는 기업들을 보고 있자니, 모두가 같은 사회 안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순간 의심이 갔다.

현재 청년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꼽힌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주요 원인으로 남·여 모두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34.2%)'을 꼽았다.

그런데 사회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청년들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저출산 주요 원인으로 '사회, 미래에 대한 막막함(18.9%)',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14.4%)', '실효성 없는 국가 출산 정책(13.1%)'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청년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든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책임지고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나 믿음이 청년들 마음 속에 부재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에게는 사회와의 공생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준수하고 추구해야 할 사회적인 책무가 있다. 비재무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ESG 경영이 최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어린이집 사태를 보면 아직까지도 한국은 육아와 보육이 온전히 가정의 몫이라는 옛날 인식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기업들의 변명은 다양하다. 장소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도 있고 설치비용의 부담이나 운영 비용의 부담을 핑계로 삼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보육정책을 단순 비용 편익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

기업은 본래부터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명제를 방패로 삼아 사회적 책임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먼저 가치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게 더 싸다는 식의 말을 내뱉었을 때 그 말이 한번 용인되면 다음 번에는 그 말을 내뱉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사회 공동의 몫이라는 말을 내뱉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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