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 =1코노미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 =1코노미뉴스

9년 동안 KB금융그룹을 이끌어온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임기를 두 달여 남겨둔 가운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다시 리딩뱅크에 오른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성공적인 국내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해외 사업, 장애인 채용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5일 KB금융그룹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윤 회장은 "처음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회장은 "처음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축하보단 걱정이 많았다. 회장 취임 후 임기 첫 3년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아 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돌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며 "내부에서조차 역대 어떤 은행도 리딩뱅크에서 내려온 후 다시 1등으로 올라간 사례가 없다며 비관적 시각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훌륭한 직원과 단단한 고객기반을 보유한 KB의 저력을 알고 있었다"며 "1등 KB를 향한 전 임직원의 간절한 노력이 합쳐저 결실을 맺었고, 리딩뱅크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고 평했다.

다만 윤 회장은 이같은 성과에도 글로벌 기준에서는 아직 KB금융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또 비단 KB금융 뿐 아니라 국내 금융권이 글로벌 금융으로 떠오르기 위해선 정책당국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윤 회장은 "아쉬운 점은 저희가 리딩금융이라 얘기는 하지만 세계 순위로 보면 60위 권에 머물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굉장한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리딩금융이라 하면 세계 10~20위권에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따진다면 10위권 언저리에 있어야 하는데, 60위권에 있다는 점에 상당한 자괴감을 느끼고 양종희 내정자께서 한 단계 진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제가 2002년 은행에 합류하면서 금융계 삼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진전이 있었나 돌아보면 씁쓸한 생각이 든다"며 "소위 리딩뱅크, 리딩금융을 운운하면서 세계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씁쓸한 느낌을 가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자본규모를 고려할 시 20위권에 들어가려면 최소 2.5배는 자본을 늘려야 한다"며 "다만 개별 회사 차원에서 노력해서 가능한 부분이냐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도 윤 회장은 현실적인 현황 파악과 더불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 회장은 "(해외사업 부문은) 격차가 굉장히 벌어졌기 때문에 단기에 해결 가능하리라는 환상을 가져선 안된다"며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함께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이은 적자를 기록 중인 인니 부코핀은행에 대해서는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실 채권 처분은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이나, 전산 시스템 재정비는 내년 6월경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회장은 "부코핀은행은 문제가 있는 은행을 합리적 가격에 인수해 정상화 시켜, 좋은 은행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저희 욕심이었다"며 "우선 빠른 속도로 부칠 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전산 시스템을 선진 시스템으로 완전히 재정비해 부코핀은행의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강한 은행을 만들고자 한다. 전산 시스템 선진화는 내년 6월 정도면 완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인니 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들과의 협업도 예고했다. 윤 회장은 "최근 한국계 기업들이 자원이 풍부한 인니 시장에 많이 진출 중인데, 이들이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는데, 함께 힘을 보태고 하나하나 준비, 실행해 나가겠다"며 "양종희 내정자가 글로벌과 보험을 담당하시면서 이 내용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보다 더 빨리 시행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금융사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고 지적하고 장애인 채용 등 부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럽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최근 ESG가 생기면서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사의 역할은 경제적 어려움이 왔을 때 그 위기가 금융까지 파급되지 않도록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드리는 안도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다양성·평등·포용성 등 부가해서 나아갈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장애인 채용 부문은 부담금으로 떼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까진 경증 장애인 채용에 집중했다. 중증 장애인 채용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 중증 장애인은 한분을 모시려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해 차근차근 노력 중이다. 제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부끄럽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 회장은 양종희 내정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이사회가 양종희 내정자를 선임한 것은 소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한 단계 더 뛰어넘는, 도약하는 KB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양종희 내정자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다. 경영이라는 것이 생각해보면 계주 경기와 똑같다. 제가 열심히 달려 뒤쳐저 있던 상황을 한참 앞서는 정도에서 바톤을 넘겼는데, 양종희 내정자는 더 속도를 내서 반바퀴, 한바퀴 앞서가는 KB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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