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물가 상승에 11인 가구의 지갑이 불안해지고 있다.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1코노미뉴스
연이은 물가 상승에 11인 가구의 지갑이 불안해지고 있다.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1코노미뉴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예상을 다소 웃돈 수치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이어 식음료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까지 커지면서 4분기 물가 상승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나와, 지갑이 얇아진 1인 가구가 받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두 달 연속 3%대 증가다. 또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체감물가라고 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는 전년 동월 대비 4.4% 올랐다. 

주요 등락품목을 보면 1인 가구의 생활비 압박이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지역난방비가 각각 20.3%, 21.5%, 33.4% 올랐고, 공동주택관리비(4.8%), 구내식당식비(7.0%), 월세(0.7%), 빵(5.8%), 우유(9.3%), 커피(13.2%), 쌀(14.5%) 상승했다. 여기에 개인서비스도 4.2% 상승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산물 물가가 오름세를 보인 데다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크게 줄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물가 동향 자체는 10월부터 다시 하락하면서 안정되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한국은행 모두 같은 의견을 보였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다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단 물가 상황 자체가 '안정'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물가다. 지난해 9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6%나 오른 상태인데, 거기에 올해 3.7%가 더 올랐으니 소비자의 체감은 상당하다. 

또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천연가스도 위태위태하다. LNG 가격 급등 조짐이 있고, LPG 가격도 10월에 또다시 인상됐다. 

전기요금 인상도 목전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4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킬로와트시당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식음료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유업계와 낙농가는 원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흰우유 900ml 기준 제품 가격은 3000원을 넘게 됐다. 우유가격이 오르면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잇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오비맥주를 시작으로 주류업체의 출고가격 인상 러시도 예상된다. 

OTT 업체들의 가격 인상 조짐도 나온다. 최근 넷플릭스가 요금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디즈니플러스, 아마존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에서는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확정해 거래처에 조정안을 통보 중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분양가격 상승 등도 불가피해졌다. 

금리도 불안하다. 한국은행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 길어지면서 최근 외화 이탈이 커져서다. 

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가 결국 금리를 올려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답답한 것은 정작 지갑이 얇아진 1인 가구다. 이미 빈곤을 호소하는 20·30세대 청년 1인 가구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물가, 금리 안정화에 실패한다면 올 연말 이들이 받는 타격은 지난해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30대 1인 가구 진성원(가명) 씨는 "올해 삶이 궁핍해졌다는 기분을 많이 느낀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독서비스는 거의 끊었고, 모임도 상당히 줄였다"며 "워라벨, 퇴근 후 여가활동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달라졌다. 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주말 알바를 고민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1인 가구 박은성(가명) 씨도 "전기자전거가 있어서 주말에 가볍게 하던 배달 알바가 이제는 평일 퇴근 후까지 늘었다. 따져보면 주 7일 내내 일하는 셈"이라며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 해 본다. 물가, 금리 이런 것들이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금리 오른다는 뉴스가 그렇게 무섭다"고 토로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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