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요즘 세상이 수상하다보니 다 '대립각'이다. '나'와 같지 않으면 '나'와는 반대라는 식이다.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배려',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청년(젊다)'이란 단어는 '늙은이(늙다)'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얼핏 그리 보이고 그리 생각하려 한다. 평생 젊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러니 젊은 때가 있었다면 '나이 듦'으로서의 노년이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이 들어도 '청년'처럼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2」자료에 따르면 전체가구의 33.4%(717만 가구)는 '나 혼자 산다'로서의 1인 가구인 것으로 발표했다. 이미 많은 자료들을 통해 밝혀졌으니 새삼스럽지 않은 수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 비중은 29세 이하 19.8%, 70세 이상 18.1%, 30대 17.1%, 60대 16.4% 순이었다. 연령대별로 2030세대인 젊은 MZ세대의 비중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세 이하와 30대의 1인가구 비중은 36.9%고 60대와 70대 이상을 포함한 1인가구 비중은 34.5%다. 2.4%p차이로 2030세대의 1인 가구 비중이 60대 이상 1인 가구 비중보다 높다. 

느끼기에는 젊은 1인 가구의 비중이 노인 1인 가구에 비해 상당한 격차로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다. '유치원 아닌 노치원'이라는 최근 언론기사 제목처럼 유치원 자리에 노인보호센터가 생기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지만 고령 노인가구의 증가가 새삼스럽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결여된 탓일 수도 있다. 고령 사회(Aged Society)로의 변화속도가 빠르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전체가 아직은 젊은 사회로 인식되었던 것이 아제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양극단으로서의 젊은 1인 가구와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들 1인 가구를 위한 장치와 수단의 필요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이들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인 특성에 따라 복지차원의 접근뿐 아니라 사회 전반까지 고려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젊은 1인 가구의 비중보다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며 2005년 전체 가구 중 1인가구의 비중은 20.0%였으나 2030년에는 35.6%, 2050년에는 39.6%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2005년 22.8%였던 29세 이하 1인 가구 비중은 2050년 7.5%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2005년 70세 이상 1인가구 비중은 17.3% 였으나 2050년 42.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향후 고령 1인 가구 비중이 청년 1인 가구의 비중을 훨씬 상회해 증가한다는 것은 본인 직장이나 본인 학업 또는 본인 독립으로서의 1인 가구 비중보다 본인 건강이나 가족사유(가족이 학업, 취업, 혼인, 건강 드응로 타지에 거주하게 되어 혼자 살게 된 경우), 가족 사별로서의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거주하는 주택의 경우 거주자의 연령이 높고 비중이 많을수록 무장애로서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형태의 주거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배리어 프리란 '물리적인 장애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건축학계에서 처음사용 된 개념이나 이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현관에 대부분 설치된 자전거, 휠체어 등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내에서는 문턱이 없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으나 화장실 욕조 옆, 변기 옆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거나 욕실 자체에도 경사로가 설치되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게도 한다. 

베리어 프리 시설은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만 사용하기 편리한 시설이 아니다. 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하니 고령자, 비장애인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경우 이러한 배리어 프리 시설을 공사의 '의료안심주택'에 실현하고 있다. 설계상의 특징은 일단 주택 내외부 상관없이 '단차'를 최소화한 설계로 시작된다. 단차가 있으면 휠체어 등의 진출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동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점자블록이 현관문 근처에 3번에 걸쳐 부착되어 있다. 시각 장애인의 편의성을 위한 이 역시 불가피한 시설이다. 출입문은 대부분 자동문이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잠시 대기할 수 있도록 벤치와 같은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다. 층수를 알리는 글씨 또한 크다. 시인성을 높인 것이다.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 또한 크다. 도착 층수를 알려주는 층수 안내 멘트도 나온다. 의료안심주택 옥상에 운동기구도 설치했다. 그리고 용무가 급한 어르신들을 위해 옥상에 화장실도 설치했다. 모든 설치 시설의 컨셉은 배려다. 불편하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다. 의료안심주택 뿐 아니라 좌식 생활하는 일반인들도 편할 수 있게 전기 스위치를 아래쪽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때, 늙은 때가 있다. 그러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모두 거치는 자연스런 과정이다. 젊은 '교만'은 나이 듦으로서의 '여유'를 이길 수 없다. 나이 듦으로서의 '노련'과 '숙련'은 젊은 실수를 덮을 수 있다. 그렇게 나이 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한 때, 어떻든 모두 1인 가구로 산다. 영화 은교에서 나오는 대사의 일부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1코노미뉴스=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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