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양천구 1인 가구 A 씨 = 부푼 꿈을 안고 호기롭게 1인 가구로 독립한 서울 사는 직장인이다. 내성적인 성격에 평소 큰 취미 생활이랄 것도 없어서 직장, 집, 직장, 집을 반복하고 있었다. 독립을 해서 1인 가구가 되면 '인테리어는 이렇게 하고 싶다, 강렬한 색감의 편안한 내 방을 만들어야지' 하던 것들은 다 어디 가고 오히려 낯선 동네에 고립되어버린 상태가 됐다.

어느새 퇴근 후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번갈아 들어가며 누워 집안일을 미루는 단절된 자신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가 무기력한 줄도 모른 채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거리 두기를 하면서 더욱 줄게 된 외출 시간은 원래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별로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지출도 줄이고 차라리 잘 되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사람은 한 번 무기력해지면 더욱 침체되기만 해서 스스로가 무기력한 줄도 모른 채 블랙홀에 빠져들 듯이 한없이 무기력하고 부정적이게 됐다.

그때 발견한게 '1인 가구 상담 멘토링'이었다. 너무 딱딱하고 정감 없는 이름이었다. 상담 멘토링. 상담이든 멘토링이든 나보다 어렵고 심각한 문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받아야 할 것처럼 느껴져서 신청을 망설였다.

신청서는 마치 취미 생활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같이 누릴 모임을 개설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결국 용기 내어 신청했던 것 같다. 상상 속 멘토링 모임은 나이가 지긋한 상담사 한 분과 세네 명이 한 조가 된 모임원 중 한 명으로 속한 제가 뜨개질을 전수 받거나, 함께 쿠킹 클래스를 듣거나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첫 오리엔테이션(OT)에 참석해 또래 멘토, 멘티와 마주 앉고 나서야 그 이미지가 완전히 깨질 수 있었다.

첫 모임 때 1인 가구가 된 후 처음으로 동네 맛집에 가봤다. 뉴욕 느낌의 햄버거 집에서 OT 이후 처음 다시 마주한 멘토와 멘티들이 서로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데 어색하게 앉아 먹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근데 햄버거가 참 맛있었고 그래서 금방 친해졌다. 그대로 골목 안에 숨겨진 카페에 들어가서 이 각박한 세상을 굳세게 살아나가야 할 것만 같은 그룹명(정·박:정신차려 이 각박한 세상에서)도 정하고 이후의 활동 계획도 세우고, 서로 OT 때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다. 

멘토링 모임을 통해 같이 할 약속도 정하고 매일 하루 5천 보 걷기랑 수면 패턴을 기록해서 혼자 있다 보면 망가지기 쉬운 생활 방식을 바르고 건강하게 유지할 최소한의 약속을 정하기 시작했다. 멘토에겐 비밀이었지만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매일을 약속을 다 지키진 못했다. 그런데, 스스로 그 약속에 대해 신경을 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쌓여있던 집안일을 해내는 자신이 대견했다. 

멘토링 모임이라는 안전망을 통해 즐겁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쌓여가니 스스로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마음이 차곡차곡 생겨났다. 아직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나중에 템플 스테이도 해보고 또 동네에서 같이 하고 싶은게 생기면 함께 하자고, 약속을 하게 됐다. 모임의 끝이 아닌 인연이 생겨서 든든했다. 

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싫은 사람이라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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