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호 기자 
지현호 기자 

최근 HD현대중공업이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 수주전 결과를 두고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불합리한 현행 보안사고 감점기준이 방위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자신들이 군사기밀을 탈취해 보안사고를 일으킨 것은 차지하고, 당장의 수주전에서 '기술'만 놓고 따지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HD현대중공업이 감점을 받은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장보고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 13건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불법 취득했다.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초유의 사태로 평가된다. 사실상 입찰참가자격제한, 방산업체지정취소 등 강력 조치를 받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탈취 유죄 사실보다는 보안감점 제도 무력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안 감점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4월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기준에 따라 언제든 기무사 처분 통보에 의한 보안 감점 대상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처분 통보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9월 관련 감점 규정이 삭제된 덕분에 KDDX 기본설계 입찰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수주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감점 규정 삭제로 인한 직접 수혜자가 됐다. 그러다 2021년 12월 규정이 개정되면서 기소에 의한 감점 제도가 신설됐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3차례 개정이 이뤄지면서 평가 대상기간이 '기소 후 3년간'에서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바뀌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9월 기소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입장이 바뀐 HD현대중공업은 기소 후 3년에 해당한다며 감점 적용 기간을 낮추기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형 확정 기준으로 받게 되면 2025년 11월까지 감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2년 12월 추가된 단서규정을 2022년 11월 형이 확정된 사안에 소급해 적용해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를 적용해도 호위함 5,6번함 입찰에서 1.8점 감점 적용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감점 제도 무력화를 펼치는 이유는 HD현대중공업의 주장과 달리 한화오션과 확연한 기술력 차이가 없어서다.두 회사의 수주전을 보면 소수점 이하 점수에서 당락이 엇갈리고 있다. 기술력 차이보다는 '감점 적용'에 따라 승자가 갈리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자칫 내년 예정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수주전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법적 절차를 이용해 가처분을 신청하며 이력을 만들고, 방위산업법에 단서 규정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다른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방위산업업계에는 법 위에 선 기업이 있는 것 아닌가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방위산업 입찰에는 '청렴'이 강조된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업인 만큼,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도 입찰 시 '청렴서약서'를 제출하고 있다. 불법행위를 하고도 공정경쟁을 찾는 기업이 청렴한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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