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 = 1코노미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 = 1코노미뉴스

"재혼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추후 상속 분쟁을 우려해 재혼 전 일부 재산을 저희에게 증여하셨습니다. 문제는 계모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계모보다 먼저 돌아가신다면 재혼 전 증여된 재산에 대해 계모가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나요?"

재혼 가정에서 상속 분쟁을 피하고자 재혼 전 재산을 본인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혼이더라도 혼인 신고가 되는 순간부터 상대방 배우자에게는 상속에 관한 모든 권리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재혼은 초혼과 마찬가지로 혼인 신고를 마치면 배우자 간 상속권을 주장할 권리가 생긴다고 전했다.

재혼 전 이뤄진 재산증여라도 법률상 재혼한 배우자가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수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과거와 달리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후 유류분을 두고 가족관 분쟁이 늘고 있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유류분 기준을 바꿔야 한다며 개정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법률상 배우자는 선순위 상속권자에 속한다. 이는 재혼한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사망한 배우자의 자녀와 함께 공동 상속권자가 된다. 

법률에서 말하는 상속권자는 상속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만약 상속권에 침해가 생긴다면 유류분을 주장할 권리 역시 있다.

엄 변호사는 "재혼 가정의 배우자 간에는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정과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차이점은 자신이 낳지 않는 상대방 배우자의 자녀와는 상속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자신의 부모님이 사망했을 때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반대로 미혼인 자녀가 사망한다면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반면 재혼 가정에서는 자신이 낳지 않는 상대방 배우자의 자녀와는 상속권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녀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산이 계모 또는 계부에게 넘어갈 일이 없지만, 일반 가정과 동일한 배우자 간 상속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아버지의 재산을 자신뿐 아니라 계모와 나눠 가져야 한다는 상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혼 가정에서는 서로 간 분쟁을 피하고자 재혼 전 자기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계모 또는 계부가 재혼 전 상대방 배우자와 그의 자녀 간 이뤄진 재산증여에 대해 유류분반환을 청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재혼 전 자신의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는데 계모가 이에 대해 유류분을 요구한 사건이다(2019헌바369). 계모 측에서는 재혼 전 상대방 배우자와 그의 자녀 간 이뤄진 재산증여에 대해 유류분을 주장했고 상대방 자녀들은 재혼 전 이뤄진 증여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포함 시키는 건 헌법에 위배 된다고 맞섰다.

해당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민법에 따라 적법한 혼인 신고가 됐다면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가 되고 혼인 시기 및 횟수 여부 따위로 배우자의 지위와 권리 등이 달리 취급되지 않는다'며 계모의 손을 들었다.

다시 말해 재혼 전 이뤄진 재산증여더라도 재혼을 하여 혼인 신고를 한 순간부터 상대방 배우자(계모)는 배우자가 주장할 수 있는 상속에 관한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재혼과 증여의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엄 변호사는 "재혼 전 과거에 이뤄진 증여라도 법원에서는 재혼한 계모가 가진 배우자 상속권이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증여와 재혼 시점을 따로 두지 않고 재혼 전 증여도 특정 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보고 또 다른 상속권자인 계모의 유류분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석한 판례"라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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