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영화 '마블시리즈'의 세계관은 그야말로 장대하고 방대하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들 역시 나름의 세계관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세계관'이라는 큰 틀 속에서 나름의 선택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해 나간다. 각자의 선택인 만큼 얼마나 유니크(unique)한 세계관을 갖고 있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계관에는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다. 세계관의 형성은 '스토리(story)'에 있다. 스토리텔링으로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라는 부동산은 각자에게 할 말 많고, 말 많은 스토리를 갖는 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라는 '세계관', 즉 '부동산세계관'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집은 토지 위에 부착된 정착물로서 부동산이다. 따라서 집은 집을 보유하고 있든 그렇지 않고 임차를 선택하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할 이야기 많은 소재임에 분명하다. 최근처럼 집값이 하늘 높은 만큼 상승했다가 다시 땅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영끌'이나 '패닉바잉'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만큼 변화무쌍하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개인들이야 어찌 간단할 수 있겠는가. 

최근 2030세대들에게 '거지방(절약방)'이 유행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거지방에 있어 최근에는 현금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거지방'이란 아낄 때까지 아껴보자는 거다. 소비를 최소화해 거지소리 듣더라도 아껴 보자는 취지인 듯싶다. 어떻게 아낄 수 있고, 무엇을 아낄 수 있을까? 일단 거지방의 모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티클모아 티클이라도 아끼자'다. 예를 들면 식당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 해결하기, 통신사 할인 적극 이용하기, 커피는 회사 탕비실 활용하기, 집과 직장이 가깝다면 따릉이 정기권을 끊어 교통비 아끼기, 기프티콘 중고 거래를 통해 제품을 정가보다 싸게 사는 식 등이다. 

2030세대 중심으로 오픈 채팅방에서 거지방(절약방)이 유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금만을 이용하는 '현금챌린지'가 대세라고 한다. 카드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 결제가 일반적인 가운데 마치 기술 역주행과 같은 현상이 20~30대 MZ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금챌린지'란 카드나 스마트폰 페이말고 그야말로 현금만을 쓰는 것이다. 한달에 쓸 현금을 찾아놓고 현금만을 쓴다. 2만원을 쓰기로 한날 1만원을 썼다면 1만원은 절약된다. 절약된 현금을 모은다. 이를 위해 현금챌린지를 위한 현금 바인더 제작도 유행이다. 아낀 돈으로는 자신을 위해 선물을 사거나 아니면 저금한다. 2030세대가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거기에 더해 카드 대신 현금을 쓰는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취업난에 최근 고물가까지 겹친 탓이다. 취업도 힘든데다가 갖고 있는 여유 돈으로서의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니 몸으로 때워서 절약이 가능하면 절약이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는 식이다.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통계청)'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2017년의 42.8시간에서 2021년 37.7시간으로 감소했다. 1인 가구의 소득은 전체가구 6,414만원인데 비해 2,691만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1인 가구의 주거는 전체가구에 비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점유유형으로 살펴보면 자기집이 있는 비율은 전체가구 57.3%에 비해 1인가구는 34.3% 수준이다. 자기집이 없어 임차할 경우 전체가구의 전세비율은 15.5%인데 반해 1인 가구는 17.5%로 높다. 월세는 더하다. 전체가구 월세비율이 23.4%인 반면 1인 가구의 월세비율은 42.3% 수준이다. 주거유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독주택 거주비율이 전체가구는 29.6%인데 반해 1인 가구는 42.2%로 높다.

단독주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더라도 아파트에 비해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1인 가구 다수의 주거환경이 나쁠 수 있다. 아파트 거주비율 역시 전체가구 51.9%에 비해 1인 가구는 33.1%로 낮다. 연립·다세대 비율도 전체가구 11.4%인데 1인 가구는 11.5%로 0.1%p 높다.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 거주비율도 전체가구 1.5%인 반면 1인 가구는 1.8%로 높다. 주택이외의 거처 역시 전체가구는 56%인 반면 1인가구는 11.3%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주거여건이 전체가구에 비해 1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나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애, 결혼, 출산포기로서의 '3포 세대'에 이어 집사는 것 포기, 인간관계 포기 등이 더 보태져 '5포 세대', 꿈과 희망포기로 '7포 세대', 포기할 수 있는 모든 것 포기로 'N포 세대' 등으로 확장되었다. 집사는 것 포기로서의 세계관, 자가보다는 임차,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주택이외의 거처에서의 주거 등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2030세대의 '부동산세계관'이 되어가고 있음을 목도한다. 데이터들이 그것을 직·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세계관'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다. 자신이 그 속에 머물고, 머물 수밖에 없다면 이 세계관은 내가 계획한 세계관이 아니라고, 이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없다. 항변해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세계관에는 나쁘고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언급된 부동산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또는 새로운 세계관을 위한 노력은 각자의 몫이다. 각자가 만드는 스토리가 각자의 세계관을 결정한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가 그리고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어두운 '다크 판타지'와 같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 부동산세계관은 2030세대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닐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집값 잡겠다는 정치, (베이비부머들)내 집값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욕심이 청년세대가 가져야할 집에 대한 가치와 주거사다리를 좀 먹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특정 세대가 또 다른 특정 세대에게 그 '어떤 것'이라도 강요할 수 없다.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돌고 위치는 바뀐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각자의 어떤 세계관이든 존중 받아야하는 이유다. [1코노미뉴스=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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