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전년比 3.8% ↑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 이에 1인 가구의 주거·생활비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 이에 1인 가구의 주거·생활비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연말이 다가올수록 물가 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3.8% 오르면서 당초 예상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연말 1인 가구가 받는 생활비 압박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다. 앞서 8월(3.4%), 9월(3.7%)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물가 상승을 부추긴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로 9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농수산물 가격 역시 예년보다 높은 상황이다. 

체감물가라고 볼 수 는 생활물가지수(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는 116.2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식품이 5.8%, 식품이외는 3.8% 올랐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1인 가구의 생활비 부담이 큰 항목에서 변화가 보인다. 

식료품·비주류음료가 6.7%, 음식·숙박 4.7%,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 2.8%, 교통 2.0%, 오락·문화 2.7%, 보건 1.6%, 교육 1.8%, 통신 0.3%, 주류·담배 0.4% 등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집세 중에서도 월세가 이달에도 0.8%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달에 농산물이 13.5% 상승했다. 2021년 5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 상승분이다. 여기에 석유류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다만 전반적인 근원물가 측면에서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그러나 한국은행은 연말 물가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유가·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겨울 전기·가스비 추가 인상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으로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며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누적 부채가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기료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질수록 국민 경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올해 인상한 기준연료비 19.4원을 제외한 25.9원의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정부는 한전이 자구책을 마련한 후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는 중이다.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의 가격 인상 러시가 포착된다. 맥도날드는 오늘부터 평균 3.7% 가격 인상에 돌입했고, LG생활건강도 일부 품목 가격을 평균 4~5% 올렸다.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맥주 켈리와 테라, 소주 참이슬 출고가를 평균 6.8~6.9% 인상한다. 진로는 9.3%나 올린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과점에 가깝다. 경쟁상대가 없으니 한번에 9%대 가격인상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말 물가 상승률이 자칫 4%선을 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였던 3.3%를 훨씬 웃돌 것이란 예측이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1인 가구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50대 1인 가구 박순형(가명) 씨는 "시장에 갔더니 떡 1팩 가격이 2500원으로 올랐다. 뭐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식당가서 찌개 하나 시키고 소주 한 병 반주로 먹는 게 행복인데, 한 끼에 만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니...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표 = 통계청
표 = 통계청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금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 부총리는 "김장철 먹거리 가격안정과 서민 생게비 부담 완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14종 김장재료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5억원을 투입해 할인품목·수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과일·식품원료에 대해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상향(+10%p), 커피·코코아 등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202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동절기에는 에너지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해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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