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장년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정규직 근로자(812만2000명) 중 50대는 162만7000명에 달한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50대 중장년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정규직 근로자(812만2000명) 중 50대는 162만7000명에 달한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중장년 1인 가구 채진영(가명, 51) 씨는 이른바 'N잡러'다. 퇴직금으로 소규모 팬션을 매입해 숙박업을 하면서, 평일 야간에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을 한다. 여기에 때때로 지게차 아르바이트도 한다. 

채 씨는 중견기업에서 사무직으로 30년을 일했다.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나오고 나니, 앞날이 깜깜했다고 한다. 다른 회사에 재취업할 자신도 없고, 또다시 몇 년 후에 퇴직을 당할 것을 생각한 채 씨는 전문성이 없어도 된다는 생각에 숙박업을 시작했다. 퇴직금에 대출까지 더해 시작한 펜션사업은 그의 기대와 달랐고, 대출 이자와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채 씨는 비자발적 'N잡러'가 됐다. 

섣부른 창업으로 자칫 노후에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는 채 씨. 그는 "40대까지만 해도 50세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 2막'이란 말이 흔하게 쓰이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삶이 고될 뿐"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던 'N잡러'가 중장년 1인 가구에게는 다른 의미가 됐다. 시간과 경제적 자유, 원하는 꿈을 펼치며 사는 긍정적 의미에서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로 변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정규직 근로자(812만2000명) 중 50대는 162만7000명에 달한다. 60세 이상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는 50대 퇴직자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내일센터가 발표한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구직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남성 51.5세, 여성 49.3세로 집계됐다. 

평균 50.5세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셈이다. 심지어 이중 정년퇴직 비율은 9.7%에 그쳤다. 비자발적 퇴직은 56.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20~40대 직장인의 퇴직 예상 연령(평균 53.1세)보다 2.6세 낮다. 대기업 직원만 혜택을 받는다는 정년 60세와는 10년가량 차이가 난다. 

중장년층 비정규직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다. 

기대수명 평균 83.6세인 요즘, 단순계산으로 50대에 퇴직할 경우 30년가량을 생활할 자금이 필요하다. 고령층으로 진입한 이후 연금 소득이 생긴다고 해도 이는 생계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50대는 60세 이후 사용할 노후자금을 치열하게 모아야하니, 재취업이 간절하다.  

문제는 생계를 위해 다중취업자가 된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장년층의 경우 유연한 일자리를 원해 이상과 현실 간 괴리에 따른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한 중장년 일자리 지원센터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퇴직 이후를 대비한 재취업 교육 등이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아직도 하루아침에 권고사직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50대를 놓치면 노후에 안정적 삶을 꾸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년 연장이나 재취업을 위한 교육 의무화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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