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부진 연속 적자 확대 폭 커져
첨단소재 영업익 꾸준히 상승세

롯데케미칼 본사가 위치한 잠실 롯데타워 전경.
롯데케미칼 본사가 위치한 잠실 롯데타워 전경.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의 재신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 출신 롯데맨인 이영준 대표는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한 뒤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삼성SDI PC사업부장을 지냈다. 이후 2020년 롯데첨단소재가 롯데케미칼에 합병되며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를 맡게 됐다.

부임 당시 과감한 사업 개편에서 보여지듯, 이 대표는 첨단소재사업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그룹의 롯데케미칼 육성 의지를 확인시킨 인물이다.

그룹 내에서도 롯데케미칼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미래 먹거리로 '화학'과 '바이오'를 낙점하고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수소·배터리·친환경 플라스틱 등 탈탄소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실제로 2030년까지 롯데그룹이 화학과 바이오 사업군에 쏟아붓는 돈만 약 18조원 이상이다. 수소에너지 사업에 6조원, 배터리 소재 사업에 7조원,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에 1조원 등 화학 사업군에만 총 14조원이 투입된다.

이 대표는 부임 이후 우선 롯데케미칼의 범용 제품의 저수익 사업군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에 집중했다. 2021년 12월에는 사업비 총 2500억원을 투자해 대산공장 내에 건축용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인 EOA(산화에틸렌유도체)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배터리 사업 측면에서는 배터리·친환경차 수요 확대에 맞춰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소재 사업역량을 강화했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도 알렸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고수익성이 기대되는 미국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2022년'롯데케미칼 2030 비전 & 성장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수요 증가 및 배터리 제조사의 현지 진출 확대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Supply chain)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미국 내 전지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2022년 상반기 내에 설립 예정에 있으며, 핵심업체의 기술 도입과 전략적 협업 등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화학군 내 회사의 시너지 및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누적 영업손실만 1032억원에 달한다. 이는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영향이 컸는데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초소재가 적자전환, LC타이탄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다만,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첨단소재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오고 있다. 첨단소재 사업은 올 2분기 영업이익(자회사 실적 포함)으로 751억원을 기록했다. 고수익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와 제품 스프레드 개선 및 운송비 안정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 3분기(1.0%) ▲2022년 4분기(3.0%) ▲2023년 1분기(4.3%) ▲2023년 2분기(4.3%) 등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원료 비용 부담이 낮아져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부문이 중국의 증설로 타격을 받아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여기에 사업다각화 차원으로 지난 3월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수급 불균형으로 실적이 저조해 실적 개선을 견인하지 못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87%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 대표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올 초에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 약 1924억원을 확보해 기존 석유화학 제품인 PE, PP, PET 등의 고부가화를 추진하고, 스페셜티 사업 확대와 친환경 소재 사업군 진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뒷심이 다가오는 그룹 임원인사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첨단소재 사업부문에서 일정부분 성과가 나오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 이번에는 화학보다는 유통에 있어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 자체가 전체적으로 유가하락이라던가 대외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까 적자를 기록했지만, 첨단소재사업의 경우 꾸준한 영업이익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석유화학 사업 외에 배터리소재와 수소에너지,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신임 여부나 인사 시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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