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사진 =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사진 =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첫해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노력에도 내부통제 잡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은 물론, 숙제로 꼽히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도 적합한 인수 매물이 없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올해가 마무리되기까지 불과 2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지난 3월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을 강조하며 취임한 임 회장이 그룹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금융저축은행에 자금 횡령 등의 사유로 기관주의와 과태로 1억원, 자율처리 필요 1건 등을 통보했다.

드러난 바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 A씨는 임 회장 취임 이전인 2015년 2월2일부터 2020년 10월 27일까지 이연대출부대비용, 가수금 등을 허위로 발생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총 2억3400만원을 횡령했다.

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2021년 개인회생을 신청한 차주 16명이 연체정보 등록사유 발생 전 법원의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 등이 있었음에도 신용정보회사 등에 연체정보를 등록해 잘못된 신용정보가 유지되게 하는 등, 신용정보 관리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포함해 올해 크고작은 횡령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또다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게 된 셈이다.

임 회장의 부담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해상 사고의 발생 시점이 임 회장의 취임 전이기는 하나, 취임 당시 내부통제 개선을 강조해온 만큼 화살은 임 회장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임 회장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취임과 함께 회장 직속 '기업문화 혁신 테스크포스(회장 및 자회사CEO 협의체)'를 신설해 내부통제 강화,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등의 기업문화혁신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은행에는 지난 7월 내부 감사 조직의 컨트롤타워 격인 '검사본부'를 신설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검사본부는 기존에 있던 검사실과 본부감사부를 총괄하는 상위조직으로, 본부장급이 수장을 맡고 있다. 또 각 영업본부에 준법감시 인력을 소속장급으로 전담 배치해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 및 불건전 영업행위 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재 시행 중인 그룹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되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부문에서도 타 금융그룹 대비 아쉬움을 남는다는 평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순이익이 8.2%, 하나금융은 4.2% 증가했다.

이같은 그룹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높은 은행 의존도가 지목된다. 실제로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수익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2.2%로, 4대 금융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다.

그나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이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1174억원, 1091억원을 기여했고, 우리종합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73.5% 급락한 184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보험·증권사 인수합병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적합한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우리금융은 당장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로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김건호 우리금융 상무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금융위에서 대주주 관련 매각 명령이 있는 저축은행은 합병이 가능하다는 개선 명령이 있어 고려하고 있다"며 " "인수합병 전략의 특별한 변동은 없다. 저축은행, 증권, 보험사 등 적당한 매물이 있다면 인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국내 4위 저축은행으로 단번에 도약하게 된다. 6월 말 기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3조2990억 원인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인수할 시 자산 규모는 6조원 이상으로 급증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물론,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또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반기 경영 악화로 각각 248억원, 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상태다.

두 저축은행의 연체율 또한 각각 10.88%, 11.54%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급등, 건전성에 대한 부담도 상당한 상황이다. 즉, 우리금융이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 시간이 소요됨은 물론, 건전성 악화에 따른 재무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실적부진 양측면에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곧 임기 2년차를 맞이하게 될 임 회장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월 24일 공식 선임된 임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5년까지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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