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1인 가구 지원 사업 중 하나인 '멘토링'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익숙함을 잊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소소한 일상이 소중히 생각되고 기대되는 큰 활력소가 됐다. 

내 기억에 강렬히 각인된 장면 중 특히 첫 번째 모임을 하던 날이 기억난다. 수유역에 거주하는 멘티를 배려해 우리는 삼각지역에 있는 옛날식 생선구이 집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첫 대면에 어색해하던 우리는 연탄불에 생선을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주는 할머니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구수하게 구워지는 생선구이 냄새에 어색함을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우리 서라운드팀 회원들은 첫 대면부터 열정이 가득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기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꺼냈다. 어색함도 잊은 채 입가에 한가득 생선구이를 넣고 오물거리며 서로 익숙해지고 있었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63아트 센터에서 열린 에릭요한슨 사진전을 관람했던 일이다. 퇴근 후 여의나루역에 도착한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추려 20분 넘게 서둘러 걸으며 온통 땀범벅이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멘티들이 기다릴 생각을 하니 마치 경보선수와 같은 발걸음으로 이동했던 것 같다. 사진전도 이국적이었지만 체험 코너들이 많아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저녁 7시가 넘어가면서 63빌딩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은 꼭 보석 진열장을 연상케 했다. 우리는 눈에 띄는 보석들을 두 눈 가득 담았고 서로의 눈에서도 그 황홀한 보석들을 볼 수 있었다. 숨 가쁘게 관람을 하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서울 밤의 자태에 매료되고 말았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날보다도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또 한번은 상수역 인근의 방탈출카페인  '비트포비아 던전 101'에서 모임을 가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고 조금은 나의 활약상을 기대하며 다부진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어렵고 때론 무섭고 긴장돼 정말이지 나는 작은 도움 하나 못됐다. 멘티들 사이에 끼어 긴장된 마음으로 무사히 통과하기만을 바랐다. 화생방설화에 담긴 이야기와 세트장 분위기에 압도된 상태로 문제를 풀고 임무를 수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보다 임무는 어려웠고 우리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 머리를 굴리며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고 단서를 찾기위해 이야기도 연결해보고, 생각의 전환을 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런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면 아직도 웃음이 절로 난다. 우리는 참 진지했고 정말 그 시간 만큼은 우리 인생의 큰 관문처럼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다음 활동으로 무엇을 할지 의견을 나눴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유관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하게됐다. 그분들의 값진 희생에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미약하나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얘기로 숙연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라사랑 콘셉트로 사진을 찍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구상했다. 태극기를 들고 나라 사랑의 의미를 담아 작은 의식을 가졌다. 이삼십대 멘티들의 건전하고 소신있고 뜻깊은 행동에 감동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부분도 있었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사진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프로필 사진은 결혼 웨딩사진 이후 처음이었다. 어리고 젊은 멘티들 사이에서 아등바등하는 나를 멋지게 보정해 준 사진관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서라운드 팀은 서로 협력해 공동활동을 많이 했지만 때로는 시간을 내서 서로 깊은 마음을 나누는 활동도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반포 한강공원에 둘러 모여 준비한 그림카드를 펼쳐놓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또 듣고 나누면서 눈물짓고, 숨넘어가게 웃고, 서로를 다독다독 격려했던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개인적인 아픔들, 그리고 현재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도전하는 경험을 서로 나누며 조금 더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경험을 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어느 땐 사회적 약자로서의 어려움을 나누며 어떻게 달리 해보았는지 현재 1인 가구 여성들에게 무엇이 절실히 필요한지 현재 내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소신 있는 토론을 하기도 했다. 각자 풀어놓은 이야기한 보따리는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로 가벼워졌다.

우리 서라운드 팀은 끼와 미모를 겸비한 지성인으로 똘똘 뭉친 것 같다. 어쩜 그리 독서에 진심인지 우리는 책을 구매하고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나름 진지했고 멘티들이 나눈 책을 모두 사서 꼭 한번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도서 선정에서 멘티 한분 한분의 성격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바쁜 시간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소소한 것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는 서라운드 팀원들을 보면서 나도 그 열정을 다시금 이끌어 낼 수 있었고 어쩌면 단조롭고 지루했던 일상에 청량감 가득한 에너지를 안겨줬다. 

여러 번의 활동을 모임을 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고단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고 의미 있고 뜻깊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뭐든 시작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동안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준 우리 서라운드 멘티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그들의 멋진 미래를 향한 몸부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뜻깊은 활동을 무리 없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맘 써주고 애써주신 동작구 1인 가구 담당자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6개월이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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