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한파에 무료급식소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사진=(왼쪽부터)원각사 무료급식소 블로그,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 해피인 사진 캡쳐
고물가, 한파에 무료급식소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사진=(왼쪽부터)원각사 무료급식소 블로그,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 해피인 사진 캡쳐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무료급식소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찾아오면서 취약계층 고령 1인 가구의 식사를 책임지는 무료급식소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는 추운 날씨에도 아침 식사를 위해 모인 어르신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풍경이다. 다른 지역의 무료급식소도 마찬가지다. 명동성당, 천사무료급식소 등은 독거노인 사이에서 유명하다. 

문제는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르신 수는 늘고 있는데, 후원은 줄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원봉사자 수까지도 감소해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일부 무료급식소는 운영 중단을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강추위 속에 1시간 넘게 길거리에 서서 한 끼 식사를 기다리던 독거노인 A(67)씨 역시 이를 우려했다. 

A씨는 "하루 1~2끼는 무료급식으로 해결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곳에는 가서 받아다가 집에 두고 다음 날 먹기도 한다"며 "무료급식소가 줄어서 노인들이 몰리니까 줄이 더 길어졌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운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데, 우리같은 노인들은 무료급식소 없어지면 먹고살게 더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씨의 일과를 보면 그는 새벽에 일어나 간단히 준비하고 먼저 종로 무료급식소로 향한다. 이후 탑골공원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점심 무료급식을 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는 서울역 무료급식소, 명동성당, 청량리 무료급식소 또는 허경영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이렇게 하루 2끼를 먹고 다시 종로에서 지인들을 만나거나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실버영화관'을 찾는다. 청량리 무료급식소에서 식사할 때는 청과물시장이나 경동시장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은 직접 해 먹는 데 가볍게 밥과 미역국 또는 된장찌개 등 반찬으로 가볍게 먹는다. 

A씨는 "무료급식소가 있어서 밥도 먹고 겸사겸사 외출한다. 몸이 안 좋거나 날이 추우면 집에만 있는데 그럴 땐 아무도 찾지 않으니 고립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독거노인에게 무료급식소는 끼니를 해결하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무료급식소가 늘어날 경우 이들이 받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노인 인구는 약 950만명으로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그런데 노후 대비는 부족해 노인 빈곤율이 43.4%(2021년)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일반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년기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9.7%다. 40%에 육박한 수치다. 40~64세 중년기 인구도 34.4%에 달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11%로 늘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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