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왼쪽)과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사장. / 사진 = 현대제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왼쪽)과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사장. / 사진 = 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신임 대표이사로 서강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은 중도 퇴임하게 된 안동일 현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며 예우를 표했으나, 사실상 최근 실적 부진 및 노조 리스크 장기화 등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현대차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서 사장이 2019년부터 202년까지 현대제철 CFO를 역임한 이력이 있는 만큼,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여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금번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내달 정기 임원 인사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리더 육성 및 발탁 등 과감한 인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안 사장은 2019년 '각자대표 체계' 공식을 깨고 현대제철의 단독 대표로 부임했다. 특히 안 사장은 경쟁사인 포스코 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 소장 등을 역임한 '외부 출신'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순혈주의 타파'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조직개편 및 부실 사업 정리 등 수익성 개선에 힘써왔다. 이에 2022년 정 회장의 신뢰 하에 연임에 성공, 2025년 3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예정이었으나, 끝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 고문 자리로 물러나게 됐다.

안 사장의 이례적인 중도 퇴임은 최근 철강 업황 불황에 따른 실적 하락, 노조 리스크 해소 부진 등의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급락한 12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또한 38.8% 급감하며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0.2% 감소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안 사장이 노조와의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퇴임하게 됐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0일 현대제철 노사는 무려 15번째 본교섭을 진행, 협상에 나섰으나 서로의 이견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정기승호 포함) ▲사업목표 달성 성과금 300% ▲생산 장려 격려금 500만원 ▲세계일류상품 선정 축하금 200만원 등이 포함된 협상안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대치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핵심은 '특별공로금' 포함 여부로, 노조 측은 "사측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만 제시안에 특별공로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추가 제시안에 반드시 특별공로금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임 대표로 선임된 서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철강업계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또 안 사장이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 만큼, 서 사장이 차별화된 리더십을 발휘해 노조와의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장 실적 반등이 시급한 실정에 노조와의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각에선 서 사장이 '재무통'이라는 측면에서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서 사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 사장은 현대제철 CFO로 근무할 당시 코로나로 인한 충격 완화 차원에서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2019년에는 창사 이래 첫 사무직 직원 대상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서 사장은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 사업부문을 다시 점검해보고 필수적으로 남아야 하는 부분 등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서 사장은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현대차 기획 부문을 겸임하면서 회사 중장기 방향 수립과 투자 확대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며 "앞서 서 사장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제철 중장기 전략 수립과 향후 신규 수요 발굴, 제품 개발을 통한 수익성 확보 등 사업 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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