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호 기자
신민호 기자

악랄한 BM(수익모델)과 과도한 P2W(페이 투 윈)요소로 국내외 비판을 직면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분기점을 맞이했다. BM 완화, 플랫폼 및 장르의 다양화 등 국내 게임사의 체질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간 K-게임은 국내외 유저들로부터 혹평을 받아왔다. 게임의 재미 자체는 호평을 받더라도, 게임에 포함된 확률형 뽑기 아이템과 이와 연계되는 P2W 요소가 전체적인 평가에서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P2W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K-게임 = 현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P2W의 문제점은 누가 더 게임을 '잘'했는지가 아닌 누가 더 과금을 많이 했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림은 물론, 본연의 재미마저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경쟁 요인이 존재하는 게임의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돼, 종국엔 유저들 간의 '실력 대결'이 아닌 '과금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게임사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역대급 수익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로 인해 누적된 스트레스, 몇몇 게임사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으로 유저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쇄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게임사 입장에서 매출이 보장된 시스템을 단번에 포기하기엔 쉽지 않았고, 올해 초까지만해도 국내 게임업계는 유사한 시스템이 적용된 MMORPG가 범람하는 사태가 어김없이 일어났다.

변화의 바람은 올해 6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데이브)'로부터 시작됐다. 넥슨의 소규모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데이브가 예상을 뛰어넘는 국내외 흥행을 기록하면서다. 데이브는 지난 7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고 동시 접속자 수 10만여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무엇보다 넥슨은 데이브를 통해 '돈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탈피, 유저들에게 '도전하는 게임사'라는 인식을 심는 데에도 성공했다.

지난 9월 출시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국내에서 마이너한 장르에 속하는 '소울류'에 도전, 스팀에서 전세계 판매량 4위를 기록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기존 K-게임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난 도전을 시도했고, 실제 성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확률형 뽑기가 포함된 MMORPG'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두 게임이 올해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나란히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점도 환영할 일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6관왕을 차지하며 19년만에 대상을 수상한 콘솔게임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넥슨의 데이브는 넥슨에서 최초로 선보인 패키지 게임으로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두 게임이 '게임업계 오스카'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TGA)'에 수상 후보로 올랐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데이브는 '최고의 인디 게임'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P의 거짓은 '최고의 예술 감독상', '최고의 RPG' 2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혁신'을 시도한 두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게임업계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두 게임의 성공으로 게임 개발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기존의 BM 구조가 고착화된 부분이 있다 보니 게임 개발에 있어 개발자들의 창의성이나 자유가 제한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윗선에서도 기존 BM 구조와 장르 등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고,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내에서도 더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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