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 기간제 근로자 증가폭. / 사진 = 1코노미뉴스
국내 조선 3사 기간제 근로자 증가폭. / 사진 = 1코노미뉴스

삼성중공업의 기간제 근로자가 지난해 말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선업계 전반이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 급증에 따른 인한 안전사고 및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각 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기간제 근로자 수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림에 따라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간제 근로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9월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 수는 936명(조선분야 821명/건설분야 115명)으로, 지난해 말(203명) 대비 361.08% 증가했다. 조선분야 기간제 근로자만 별도로 따져보면 지난해 말(112명) 대비 무려 633.04% 증가한 수치다.

기간제 근로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와중 정규직 근로자는 8556명에서 8510명으로 0.54% 감소했다. 조선분야만 별도로 살펴보면 8310명에서 8291명으로 0.23%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전체 근로자 대비 기간제 근로자 비율도 2.31%에서 9.90%로, 7.59%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 수가 8775명에서 9462명으로 7.8% 증가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은 필요 인력 대부분을 기간제 근로자로 충원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추후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점에서 인력 공백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일감을 소화할 인력 확보에 절실한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조선산업에 투입된 인력 1만4359명 중 85.9%는 외국인 근로자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인력 2020명 ▲기능인력(E-7) 6966명 ▲비전문인력(E-9) 5737명 등이다. 이 중 E-7, E-9은 비자로 외국인 인력을 의미한다.

또 업계에서는 언어 상의 문제 등으로 신규 외국인 인력들이 쌓인 일감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품질 저하,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즉,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 확대를 통해 당장 근무 인력 확보 자체에는 성공했으나, 이들의 이탈 가능성 역시 그만큼 높아지면서 숙련공 확보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삼성중공업 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삼성중공업 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을 잇따라 수주, 건조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숙련공 부족 현상은 최악의 경우 선박 납기 지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선박 인도가 지연되면 조선사는 선주와의 계약에 따라 지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선종 및 각 계약에 따라 조건은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선박의 최종 인도 지연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할 배상금도 불어나는 구조다.

일각에선 이러한 기간제 근로자 급등 현상이 추후 노조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 7월 출범한 삼성중공업 현장직 노조는 이주노동자에게도 노조 가입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당시 최길연 노조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1974년 8월 5일 삼성중공업이 설립된 이래,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약 50년 만"이라며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삶은 80~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장마철이 되면 월급이 반토막 난다. 다치면 치료받을 기본적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선언하며 노조 깃발을 세웠다"며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해야 하고, 산별노조 전환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원‧하청 생산직 노동자로 가입 범위를 확대할 것이며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기간제(외국인) 근로자 확충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관련 지적이) 완전히 틀린 내용은 아니나, 조선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14년도부터 업황이 어려워지며 협력사는 물론 직영으로 근무하시던 분들도 많이 그만두고 나가셨다. 다만 최근 들어 수주도 늘어나고 실적도 좋아지면서 임금 향상 및 복리후생을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제 근로자 급증 현상에 대해서는 "E-7 등 관련 외국인 인력이 반영된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기간제 근로자 증가 현상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에서도 관측됐다. 다만 삼성중공업 대비 증가폭은 낮은 편으로,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의 기간제 근로자는 93.7% 증가했고, 한화오션은 48.9% 늘어났다.

HD현대중공업은 전체 근로자가 1만2765명에서 1만3004으로 1.87% 늘어나는 동안 정규직은 1만2287명에서 1만2078명으로 1.7% 감소했다. 조선분야 근로자만 별도로 따져보면 정규직 근로자는 9441명에서 9219명으로 2.35% 감소했고, 기간제 근로자는 350명에서 732명으로 109.14% 증가했다.

한화오션도 전체 근로자가 8629명에서 8779명으로 1.74% 증가하는 동안 정규직은 8300명에서 8289명으로 0.13% 소폭 줄어들었다. 기간제 근로자는 329명에서 490명으로 48.94% 증가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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