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한화오션 
지난 9월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한화오션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폴란드에서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이 참여 중인 폴란드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총 3조7000억원 규모의 방산 계약을 체결, 폴란드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2차 실행계약'을, 한화시스템은 K2 전차 180대에 사격통제시스템 각각 공급키로 했다.

한화그룹의 두 방산 계열사가 폴란드와의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한화오션을 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해군에서 운용할 3000t급 잠수함 2∼3척을 새로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추정 사업 규모는 3조2000억원대로 폴란드 정부는 지난 5월 올해 안으로 잠수함 도입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쟁국은 잠수함 수출 분야의 전통 강호로 손꼽히는 독일∙프랑스∙스웨덴 등으로, 유럽 잠수함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만큼 쉽지 않은 대결이 예상된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잠수함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사업전시회(MSPO)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한화오션의 잠수함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는 등 세일즈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지난달 30일 한화오션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폴란드 해군 잠수함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ORKA) 사업' 참여를 위한 '한화오션 데이(Hanwha Ocean Day)' 행사를 개최했다. / 사진 = 한화오션
지난달 30일 한화오션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폴란드 해군 잠수함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ORKA) 사업' 참여를 위한 '한화오션 데이(Hanwha Ocean Day)' 행사를 개최했다. / 사진 =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지난달 3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화오션 데이' 행사를 열고 자체 개발한 '장보고-III(KSS-III)'을 폴란드 측에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행사에서 장보고-III가 폴란드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임을 내세웠다.

해당 행사 이후 현지 언론에선 장보고-III가 3가지 중요한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폴란드 방산전문지 디펜스24는 장보고-III가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통한 장기 운항 능력 ▲잠수함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스템 ▲선체 설계 최적화를 통한 정숙성(운항 소음 감소) ▲승무원 훈련 프로그램 제공 등 크게 4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 장보고-III가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와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점이 부각됐다. 폴란드 현지 매체 디펜스24는 "이 시스템을 통해 3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며 "리튬이온 배터리는 더 긴 운항 시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하고, 표준 배터리 대비 충전 주기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보고-III 첨단 무기 체계도 또 다른 장점으로 짚었다. 디펜스24는 "잠수함의 표준인 어뢰와 기뢰 외에도, 한화오션은 이 배들에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통합했다"며 "해당 시스템은 이런 종류의 잠수함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VLS(수직 발사 장치)를 사용해 발사된다. 한화오션은 관련 시험 영상을 공개하며 해당 시스템이 이미 작전준비태세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장보고-III의 작은 운항 소음을 타 설계와 구별하는 특징으로 꼽았다. 디펜스24는 "(작은 소음은) 선체 설계의 최적화, 비굴착 프로펠러의 사용 및 내부 장비의 적절한 피팅을 통해 달성됐다"며 "소음은 잠수함의 소나 등을 통해 추가로 제어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한화오션이 폴란드 측에 건넨 제안에 '승무원 훈련 프로그램'이 포함된 점을 언급했다. 디펜스24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폴란드에 대한 한화오션의 제안에 최신 잠수함 인도 뿐만 아니라, 승무원 훈련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훈련은 4단계 과정이다. 실제 선박에 탑재되는 잠수함 운용에 관한 기초 과정, 장비 취급에 관한 과정, 전술 시뮬레이터 훈련, 그리고 해상 훈련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장보고-III. / 사진 = 한화오션
장보고-III. / 사진 = 한화오션

다만 디펜스24는 장보고-III가 타 잠수함 대비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짚었다. 장보고-III는 배수량 3600t, 길이 90m 규모로, 평균 수심이 55m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얕은 바다 중 하나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작전을 펼치는데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한반도가 발트해의 평균 수심보다 깊지 않은 서해(평균 수심 44m)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국, 북한, 또는 한국 잠수함도 이곳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폴란드 해군의 잠수함 유지보수 역량 향상을 위한 유지보수지원시스템(TOMS)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자체 개발한 해당 시스템은 잠수함의 수명 주기에 필요한 성능을 유지하고 수리부속 및 단종 부품을 관리하며 실시간으로 잠수함 정비를 지원한다.

디펜스24는 "TOMS는 한화오션이 폴란드 산업을 위해 제안한 유일한 투자가 아니며, 폴란드에 상당한 경제적, 산업적 이익을 가져다 줄 강력한 산업적 동반자 관계의 구축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며 "1973년 설립된 이래, 1256척 이상의 민간 선박과 108척의 해양 시스템, 88척의 군함을 인도한 세계 최대의 조선 회사 중 하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번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 성공 시 올해 수주목표의 상당부분을 달성하게 된다. 한화오션의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은 69억8000만 달러다. 현재까지 선박 총 15척, 28억6000만 달러를 따냈다. 수주 목표 달성률은 43%다.

다만 앞서 연내 입찰을 시작할 것이라 발표한 폴란드 정부가 아직까지 공고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내 체결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화오션측도 아직 정해진 입찰 공고는 없는 상태로, 한화오션을 포함 조선사들은 우선 참여 의향서만 제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예정된 카타르 LNG선과 방사청 3600t급 잠수함 장보고3 배치2 3번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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