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영 기자
조가영 기자

국민예능 '나 혼자 산다(나혼산)'가 저출생을 조장하는 방송으로 또 한번 지목됐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의 출생률 급감 문제와 관련해 '나 혼자 산다(나혼산)'를 출생률 저하를 부추기는 방송 중 하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소속인 서 의원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온통 '나혼자 산다', 불륜·사생아·가정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BC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나혼산'이 자꾸만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 출산 기피 현상을 '나혼산' 탓으로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해 11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혼산'을 예시로 들며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인식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에서 행복한 가족상도 그려 달라는 당부지만, 이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저출산의 원인을 방송으로 돌리는 건 실질적인 원인 분석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이 저출생과 출생장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력을 간과한 결론이다.

'나혼산'이 국민예능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던 것은 스타의 가족 만들기가 아닌 이들의 꾸밈없는 하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정신적·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하나의 인격체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의 핵심은 미혼으로 남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청년층의 사회인식에 깊게 박히면서 가족을 만들어 다인 가구로 전환하려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청년의 결혼, 출산, 노동 등 10년간 가치관 변화' 조사에서는 청년 1인 가구 증가의 배경으로 청년의 가치관 변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결혼 의식을 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36.4%로 10년 전(56.5%)보다 20.1%포인트 감소했다.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1위로 결혼자금 부족(33.7%)을 꼽았다.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답변도 17.3%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26.4%)보다 남성(40.9%)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로 '경제력'을 더 많이 지목했다.

'나혼산'이 혼자 살기를 유행처럼 번지게 했다는 해석에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빠져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750만명 시대다. 싱글 라이프에 대한 진솔함과 삶의 노하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잘못이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탓하기 보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부터 제대로 들어야 한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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