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사진=DGB금융그룹
DGB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 / 사진=DGB금융그룹

DGB금융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대구은행으로부터 역대급 배당금을 수령한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의 자본비율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말 대구은행이 이같은 선택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시중은행 전환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온다. 

대구은행은 지난 18일 DGB금융에 1800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285원으로, 지주사인 DGB금융이 100% 수령할 예정이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해에도 DGB금융에 역대 최대 규모인 1899억원의 배당금을 올려보낸 바 있다. 전년과 비교해 올해 배당금은 99억원 가량 감소했으나, 대구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34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이같은 대규모 배당은 하이투자증권 등 그룹 계열사가 부진함에 따라 대구은행이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은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에 대한 여파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대구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한 347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동안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은 57.9%급감한 33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둔화와 대손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저하,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이에 한국기업평가원은 특히 부동산PF의 질적 위험을 주목, 지난달 하이투자증권(A+)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브릿지론은 본PF 전환 지연으로 부실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본PF의 경우 중후순위 및 비아파트 비중이 높아 건전성 저하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더해 최근에는 '꺾기 영업'의혹과 더불어 김진영 투자금융총괄 사장이 '아들 몰아주기'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으로, 조직이 안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 하이투자증권이 그룹에 배당금을 올려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면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대구은행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문제는 대구은행의 상황도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 6월 운영자금 조달 등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이 신주 모두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난해 대구은행으로부터 받은 1899억원의 배당금을 상회하는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투입된 것이다.

또 이로부터 불과 2달만인 지난 8월에도 운영자금 확보 및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무보증사채 1500억원을 공모방식으로 총액 인수하는 방법으로 발행하는 등 잇따른 운영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규모 배당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도 불가피하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이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대구은행의 9월 말 CET1비율은 13.67%로 전년 대비 개선됐으나, 광주은행(15.37%) 등 타 지방은행 대비 낮은 수준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DGB금융이 공언한 주주환원정책도 대구은행의 부담을 늘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올해 초  DGB금융은 CET1비율을 구간별로 구분해 ▲자본보완구간(11~12%) 30% ▲적정자본구간(12~13%) 30~40% ▲목표상회구간(13% 이상) 40% 이상 등의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9월 말 기준 DGB금융의 CET1비율은 11%대로, 지난해(27.1%) 대비 배당성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의 경우 연초 제시한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해야 하는 동시에 시중은행 전환 계획 및 가계대출 비중 확대 등 추진을 위한 높은 성장성이 필요하다"며 "스트레스 완충자본 등 손실흡수능력 관련 자본 규제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어 "주주 환원, 성장, 자본력의 세 가지 측면의 달성이 모두 필요한 만큼, 보다 정교한 자본 활용이 필요할 전망"이라 덧붙였다.

여기에 시중은행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으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브로커를 통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검찰의 중형 구형으로 DG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도 받고 있다.

따라서 흔들리는 내부리스크를 안정화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 확립이, 시중은행 전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도전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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