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노동자들은 20일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PE 앞에서 제약사업부 인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SK케미칼 노동자들은 20일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PE 앞에서 제약사업부 인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 매각 추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매각과 구성원 고용안정 관련 교섭이 결렬돼 조정회의로까지 이어지면서 노사간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SK케미칼 제약 사무·영업직 노조는 사업부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과 전원 고용승계 보장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금일(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SK케미칼지회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 사무실이 위치한 여의도 'Two IFC' 건물 앞에서 사모펀드의 SK케미칼 제약사업부 인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 11시 30분경 글랜우드PE 앞에 모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민주노총 충복지역본부·금속노조 SK케미칼지회 관계자 30여명은 "금속노조는 투기자본의 SK케미칼 제약사업부 인수를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묻지마 밀실매각 즉각 중단하라', '노동자의 삶 위협하는 투기자본 반대한다'는 구호와 함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용안정이다. 그동안 사모펀드가 인수한 많은 사업체에서 고용불안, 노동조건 악화, 장기투자 없는 단기 수익 추구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노조는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글랜우드PE가 보이고 있는 불통 행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SK케미칼지회의 조합원은 "SK케미칼과 글랜우드PE가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밀실 매각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며 "매각 MOU 체결 이후 단 한 차례도 노동자들과 대화하지 않은 글랜우드PE는 SK케미칼 제약사업부를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케미칼 제약사업부에는 696명이 근무하고 있다. 글랜우드PE가 고용 보장을 약속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의 피해를 노동자들이 짊어지게 된다.

노조는 SK케미칼이 ESG 위원회의 경영을 성실히 이행하고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노조는 SK케미칼이 ESG 위원회의 경영을 성실히 이행하고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권현구 금속노도 대전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이윤을 추구하다가 차액을 노리고 매각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수석부지부장에 따르면 대전충북지부 사업장인 한온시스템도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전문성이 부족해지고 회사가 부실해졌다. 부채비율은 283%로 급증했다.

그는 "금속노조는 투기자본의 숫자 놀음에 놀아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SK케미칼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악화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경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중고차 매입·판매를 하는 케이카는 과거 SK그룹의 엔카였다"며 "당시 매각 소식이 지속적으로 보도됐지만 SK그룹은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당시 매각이 보도되고 은행을 방문한 조합원들은 이율을 높이거나 대출금을 갚아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리가 났다.

박 부위원장은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건 고용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권리도 빼앗긴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본부장도 "내가 만들어 놓은 일터가 나의 생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이 죽는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열 SK케미칼지회 지회장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약사업부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제약사업부를 매각한다면 SK케미칼은 미래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측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매각되지 않은 상황이고 검토단계이다. 회사는 매각과 관련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노조는 글랜우드PE가 만약 제약사업부를 인수하더라도 원만한 노사관계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노조는 글랜우드PE가 만약 제약사업부를 인수하더라도 원만한 노사관계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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