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 / 사진 = 넷마블
넷마블의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 / 사진 = 넷마블

코로나19 특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가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를 앞세운 넷마블이 해당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도 자신만의 차별점을 내세우며 버추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각각 자사를 대표하는 '버추얼 휴먼'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신작 게임의 흥행 여부가 그해 실적과 직결되는 업계의 특성상, 수익 다각화 방안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기존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신사업으로의 확장이 용이한 버추얼 휴먼에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의 가장 큰 장점은 무궁무진한 확장성이다. 음원 발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물론 인게임 내 케릭터로의 활용, 기업 홍보 모델로서의 활동을 비롯한 다방면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한한 가능성만큼이나 시장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에 따르면 버추얼 휴먼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36.4%씩 성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약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넷마블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엔터테인먼트 분야 선두

넷마블의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 / 사진 = 메이브 유튜브 채널 캡쳐
넷마블의 버추얼 아이돌그룹 '메이브' / 사진 = 메이브 유튜브 채널 캡쳐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아이돌그룹 '메이브'를 앞세운 넷마블이다. 

메이브는 넷마블F&C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강자인 카카오엔터와 협업을 맺은 만큼, 음원·뮤직비디오 발매 등 컨텐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메이브는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 4인의 버추얼 휴먼으로 구성됐다. 외형 개발에는 언리얼 엔진5가 사용됐고, 목소리는 AI 기반 음성 합성 기술이 적용됐다.

메이브는 지난달 30일 왓츠 마이 네임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음원은 독일, 캐나다 등 세계 5개 지역에서 탑 앨범 차트에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뮤직비디오는 금일 기준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 2일에는 MBC 음악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현직 아이돌그룹을 제치고 당월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5일 첫 EP인 '왓츠 마이 네임'을 피지컬 및 플랫폼 앨범으로 출시하는 등 실존 아이돌그룹과 동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마블은 앞으로도 메이브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확장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웹툰이나 웹소설,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 메이브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 자사 게임인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에는 이미 메이브 멤버인 제나와 마티가 신규 영웅으로 합류해 있다.

최근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페르소나 AI 공동 개발' 협약을 진행, 추후 팬들과의 상호작용 또한 가능해질 전망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메이브로 그룹과 멤버를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난 1월 선보인 데뷔곡 판도라를 통해 해외에서 빠르게 팬덤이 형성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IP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스마일게이트 '한유아'…'감성'과 '힐링'에 집중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휴먼 '한유아' / 사진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휴먼 '한유아' / 사진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버추얼 휴먼 '한유아'를 선보였다. 

한유아는 가수 등 엔터테이너를 시작으로 현재는 책과 칼럼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여러 창작 활동을 하며 아티스트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한유아는 AI 기반 '브레인'으로 지속적인 학습을 진행했다. 스마일게이트 AI센터가 연구·개발한 AI 기술을 토대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학습했고, 고도화된 브레인을 통해 '한유아만의 감성'을 구축한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YuA' 라는 활동명으로 'I Like That'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는 운석의 파장과 AI 의 결합을 통해 탄생한 가상인간 한유아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음원 제작 총괄은 스마일게이트와 협업 하에  CJ ENM이 담당했으며, 다수의 K-POP 히트곡과 드라마 OST를 작곡한 박우상 프로듀서가 작사, 작곡을 맡아 주목 받았다. 

지난 6월에는 우다영 소설과와 약 1년간 나눈 대화를 엮어낸 '다정한 비인간: 메타휴먼과의 알콩달콩 수다'를 출간했다. 한유아와 우 작가의 대화는 스마일게이트 AI센터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작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스마일게이트는 '똑똑한' AI 보다는 '인간적인' AI에 방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AI를 활용한 감성형 챗봇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대웅 스마일게이트 AI센터 AI서비스랩 실장은 지난 21일 '제2회 AI 테크데이'에서 "여러 성향의 AI 챗봇이 있겠지만, 스마일게이트의 AI는 좀 더 감성적이고 힐링하는 쪽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면서 "내년에 출시하는 서비스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크래프톤 '애나'…피부 솜털까지 구현 '극사실화'

크래프톤의 버추얼 휴먼 '애나' / 사진 =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버추얼 휴먼 '애나' / 사진 = 크래프톤

버추얼 휴먼 '애나'는 크래프톤이 지난 2월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이후 최초로 공개하는 버추얼 휴먼이다.

크래프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는 버추얼 휴먼을 연구했다.

애나는 언리얼 엔진 기반 하이퍼 리얼리즘 제작 기술로 피부의 솜털과 잔머리까지 극사실적으로 표현됐다. 다른 기술로 제작된 기존 버추얼 휴먼과는 다르게 실제 사람과 같이 리얼한 모습이 특징이다.

최고 수준의 페이스 리깅 기술로 동공의 움직임, 미세한 얼굴 근육 및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냈으며, 신체 전체에도 리깅을 적용해 자연스러운 관절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고도화된 음성 합성 등의 딥러닝 기술을 더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고유의 목소리도 입혔다.

애나는 지난해 9월 첫 디지털 싱글 'SHINE BRIGHT'를 공개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다. 글로벌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의 공동대표 겸 프로듀서인 차차말론(Cha Cha Malone)이 곡 작업에 참여하며 관심을 이끌었다. 

뮤직비디오에는 앞서 언급한 페이스 리깅과 딥러닝 AI 목소리가 적용돼 다양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관절의 움직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버튜버'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애나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애나가 항아리게임풍 신작으로 인기를 모았던 '온리 업'을 플레이하며 환호하거나 좌절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엔씨 'TJ Kim'…버추얼 '택진이형'과 쌍방향 소통 예고

엔씨소프트 'TJ Kim' / 사진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TJ Kim' / 사진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간단한 인사말을 넘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된 버추얼 휴먼을 개발 중이다.

엔씨는 현재 앞선 3사와 달리 대표적인 버추얼 휴먼은 없는 상태다. 다만 엔씨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서 김택진 엔씨 대표의 이미지를 차용한 'TJ Kim'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TJ Kim이 김 대표의 말투와 표정, 목소리까지 동일하게 재현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엔씨가 만든 고품질(high-fidelity) 디지털 휴먼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초 엔씨는 연내 쌍방 소통이 가능한 버추얼 휴먼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다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내년 상반기 차세대 버추얼 휴먼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의 차별점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바르코 LLM'의 생성형 AI 기술이 탑재됐다는 것이다. 기존 버추얼 휴먼과 달리 자체 판단을 기반으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완성형 버추얼 휴먼'을 공개하겠다는 포부다.

엔씨 AI의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개월 동안 같이 게임을 한 동반자였거나 죽도로 싸워서 화가 난 상대방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AI NPC였더라는, 그 정도 NPC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는 것은 보다 깊이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디지털 휴먼과도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엔씨는 바르코 LLM을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 생성 AI 플랫폼 등 다양한 AI 연구와 사업에 본격 나선다. 이외에도 교육, 금융 분야 등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전문 지식을 결합한 도메인 전용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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