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로보틱스 '비전 60'. / 사진 =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고스트로보틱스 '비전 60'. / 사진 =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LIG넥스원이 약 1800억원을 들여 인수를 추진 중인 '로봇개' 업체 고스트로보틱스(GRC)가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LIG넥스원의 공시에 따르면 GRC는 2022년 말 기준 매출 276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GRC에 대한 세부적인 재무 정보는 공개된 바가 없었다. GRC가 비상장사인 탓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GRC의 연간 매출 규모를 4000만 달러(약 520억원) 수준으로 추정해 왔는데, 실제 매출액은 추청지의 절반에 그친 것이다.

또 GRC는 2020년과 2021년 적자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에는 4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9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3억원 적자를 봤다.

GRC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2022년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액이 전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하며 1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GRC의 매출 규모가 공개됨에 따라 LIG넥스원의 GRC 인수금액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진단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GRC 인수 추진 소식에 LIG넥스원의 주가가 급등하자 과도한 상승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군용 특화 사족보행로봇 기술에 강점을 가진 GRC 인수는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의 향후 성장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인수 대상에 대한 재무정보나 향후 전망 부재로 인수금액이 정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포착된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에서 이미 비전60(V60)을 판매 중인 고스트로보틱스와의 향후 관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로 인한 과도한 주가 상승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GRC 인수가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LIG넥스원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아직 인수와 관련해 여러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궁금 사항이 없을 정도로 홍보를 펼칠 예정"이라 전했다.

LIG넥스원의 투자 단행은 방산 사업과의 시너지 및 로봇 시장의 성장 전망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GRC가 당장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로봇 사업이 향후 방산업계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선제적 움직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GRC 인수를 통해 LIG넥스원의 미국 방산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계기로 LIG넥스원은 미국에 기업을 더욱 알리게 되면서 현재 미국에 수출을 추진 중인 비궁 외에 현궁과 천궁, 신궁 등의 무기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센서 등을 로봇 제작으로 방산용 로보틱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스트로보틱스의 V60 로봇은 모든 지형에서 작동할 수 있고, 한번 충전으로 최대 시속 9.6km의 속도로 10km 이상 운행할 수 있다"며 "이미 수백 대가 미 공군 기지의 주변 보안을 위해 사용되고 있어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LIG넥스원은 GRC 인수를 위해 SPC인 LNGR LLC를 설립하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GRC 지분 60%에 대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총 인수 대금은 3144억원으로, LIG넥스원이 1876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대금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PEF가 LNGR LLC가 발행한 교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른 GRC 최종 보유 지분율은 LIG넥스원 35.75%, 한국투자PE 24%가 될 전망이다. 남은 지분 0.25%는 박정연 등 5인의 개인투자자가 보유할 예정이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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