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 사진 = 현대제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 사진 = 현대제철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업황 둔화에 따른 실적 급락은 물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노사관계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특히 올해 역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어려운 시기에 지휘봉을 잡은 서 대표의 경영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실제 안동일 현대제철 전임 대표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제철은 안 전임 대표를 고문으로 위촉하며 나름의 예우를 표했으나 사실상 실적 부진, 노조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에서 CFO로 근무하며 '재무통'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서 대표가 현대제철이 마주한 두 난제를 해결하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토막난 영업실적…올해 사업 환경도 비우호적  

서 대표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단연 실적이다. 앞서 서 대표가 올해 경영방침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설정한 만큼,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수행함과 동시에 실적 방어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현대제철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073억원, 당기순이익은 44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0.1%, 56.7% 감소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으며, 영업이익률도 6.2%에서 3.1%로 '반토막'났다. 

현대제철은 이같은 실적 급락의 배경으로 건설 시황 둔화에 따른 봉형강 제품 판매량 감소와 제품가격 하락, 전기요금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 약 2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재고평가 손실까지 반영되며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품 시세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제일 낮은 가격으로 지속 중이다. 4분기 세 달 중 두 달이 가장 낮은 시세지만, 반대로 원자재는 높은 추세가 이어져 하락이 심했다"면서도 "일부 재 평가 손실 및 임금성 비용이 일시적 효과로 2500억원 정도 반영됐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4분기가 적자 전환할 정도는 아니기에 그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업황 부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일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요 부진으로 인해 고로와 전기로의 스프레드(판매가와 원가 차이)가 예상보다 더 축소됐고 성수기가 무색하게 판매량도 부진해 고정비가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어 "원재료 가격 상승을 토대로 회사는 열연, 후판, 봉형강 가격 인상을 1월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수요 부진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실적이 정상화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날 "작년 4분기의 재고관련 손실은 올해 1분기에 일부 환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올해 상반기 그룹사향 자동차강판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분기실적은 작년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 1분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봤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건설경기 및 봉형강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 철강업황도 아직은 회복세가 미미해 동사의 상반기 실적개선 속도는 당초 기대보다는 완만한 전망"이라 분석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 역시 "높은 수준의 고로 원재료 가격 지속으로 동사는 1, 2월 연달아 판재류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나 가격의 전가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설 향 수요 부진은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초 스크랩 가격만 상승헤 1분기도 고로, 전기로 스프레드 모두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판매 확대로 수익성 중심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전체 자동차 글로벌 판매 비중을 21%까지 확대하고, 현대차를 포함해 주요 완성차 기업에 대한 장기공급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유럽 해상풍력 프로젝트 관련 수주 활동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용 후판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도 철강시황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품별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중심의 경영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사관계 악화일로…임단협·통상임금 소송 매듭지어야

서 대표가 마주한 또다른 과제는 노사관계 회복이다. 특히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인 만큼, 파업 등 노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노사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해를 넘긴 임단협은 아직까지 진전되지 않고 있고, 최근 노조는 당분간 교섭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와 그 규모다. 노조 측은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포함해 영업이익의 25%를 70주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업황 부진을 고려하면 이를 수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노조의 바람대로 '영업이익의 25%'를 지급할 경우 현대제철은 1인당 평균 3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노조 측은 특별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차기 교섭에서도 추가 제시안이 없거나 설 명절 이후에도 교섭이 공전한다면 투쟁 수위를 올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근 11년간 줄다리기를 이어온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노조 측의 승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되는 요인이다. 노조 측은 "약 11년에 달하는 법정 지연이자를 지체없이 지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재차 사측에 날을 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현대제철의 상고를 기각, 노동자들의 임금청구를 인정했고, 지난 25일 인천지부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조 측은 "현재 1차분에 대한 최종 승소를 받았고, 2차와 3차분도 순서대로 소송 중에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자의 땀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 정의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며 사측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사측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제철의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서 대표의 경영방침도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 대표는 현대제철에서 CFO로 근무할 당시 코로나로 인한 충격 완화 차원에서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2019년에는 창사 이래 첫 사무직 직원 대상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서 대표는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 사업부문을 다시 점검해보고 필수적으로 남아야 하는 부분 등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노사의 강대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 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노사관계를 회복할 방안을 찾을수 있을지에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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