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 사진 = 우리금융그룹
조병규 우리은행장. / 사진 = 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조병규 은행장의 올해 경영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경영목표 현실화를 위해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써내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13.0% 감소한 2조5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이는 4분기 태영건설 사태 관련 부동산PF 충당금, 민생금융지원방안 마련 등의 여파로 직전분기(8200억원) 대비 72.3% 쪼그라든 227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친 여파가 컸다. 비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6735억원, 8802억원으로 각각 8.9%, 5.1% 감소한 영향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조달비용의 큰 폭 증가로 인해 연간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전년 대비 3bp 하락하면서 이자이익이 소폭 감소했으며 비이자이익에는 민생금융지원 수치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소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뒤로하고 우리은행은 올해 과감한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것.

앞서 조 행장은 지난 27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순이익 1위 달성을 약속하며 "올해는 우리가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1등 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실적만 두고 보면 IBK기업은행과 4위권을 다투고 있는 만큼 조 은행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뒤늦게 취임해 키를 잡은 만큼, 올해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금융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역량을 발휘, 극적인 반전을 써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강북영업본부장을 거쳐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엮임하는 등 기업금융 부문 전문가로 꼽혀서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도 지난해 5월 조 행장을 후보로 추천할 당시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게 평가했다"며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조 행장의 취임에 맞춰 기업대출 전략도 바꿨다. 또 기업대출 성장목표를 2027년까지 30조원으로 성장시키기로 했다. 해마다 대기업 부문은 30%, 중소기업 부문은 10% 성장을 추진해 기업금융 명가에 걸맞은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2027년까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율을 6대 4로 변경하고 점유율 1위를 목표로 기업대출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부문과 관련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2022년말 대비 6.5% 상승, 대기업대출은 21% 증가했다. 이는 4대 은행 중 하나은행 다음으로 눈에 띄는 상승세로, 조 행장의 자신감 뒷편에는 이같은 성과가 깔려 있다는 평이다.

또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홍콩 ELS 사태 관련 부담이 적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손실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홍콩 ELS 관련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면서 최다 판매사인 은행권이 자칫 대규모 배상금을 지불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우리은행은 관련 이슈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홍콩 ELS의 은행별 판매액은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등인 반면, 우리은행은 4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진행, 연간 순이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타 시중은행 대비 우리은행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타 시중은행과 달리 유일하게 ELS상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통해 H지수 ELS를 선제적으로 판매 제한해 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행장은 최근 6년 만에 우리은행 캐릭터 '위비프렌즈'를 컴백시키고 업계 1위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순이익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캐릭터 부문에서도 업계 정상을 노리겠다는 포부다.

조 행장은 "위비프렌즈는 우리은행의 도전과 혁신의 상징"이라며 "위비프렌즈를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해 금융권 캐릭터 차트 1위로 등극시키겠다"고 밝혔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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