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이 21.1%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이 21.1%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지난해, 1인 가구의 '삶의 질'은 나아졌을까? 정부가 발표하는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통해 유추해 보면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고립도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자살률도 오랜만에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율은 심화했고, 저임금근로자 비율과 독거노인 비율은 늘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 여가시간, 범죄피해율 등도 약화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독거노인 비율이 21.1%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2000년 16.0%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족 중심의 사회·복지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다. 이에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에 비해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지 못했다. 

독거노인이 처한 경제상황, 신체·정신적 취약성을 복지 정책으로 다 품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거노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국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번 조사에서 이목을 끄는 또 하나의 부분은 가족관계 만족도다. 2022년 기준 64.5%로 2020년보다 5.7%포인트나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관계가 소홀해진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귀속감과 유대감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반대로 보면 코로나19 시기에 가족마저도 멀리해야 했던 1인 가구의 가족관계 만족도는 더욱 하락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부분이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면서 반대로 성장한 지역사회 소속감은 2022년 75.1%로 0.3%포인트 늘었다. 지역사회와 결속, 유대를 보여주는 수치인데,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이 역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 수치를 보면 19~29세는 67.7%, 30~39세는 66.6%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40대는 73.4%, 50대 77.1%, 60세 이상 82.9%로 급격히 증가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2023년 33.0%로 2021년보다 1.1%포인트 줄었다. 사회적 관계망이보다 잘 작동했다는 의미다. 척도는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연령별로 보면 사회활동이 활발한 20대는 24.5%로 낮지만, 60세 이상은 40.7%로 상당히 높다. 

그러나 대인신뢰도는 2022년 54.6%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로 측정하는 지표인데, 수치가 낮으면 사회적 유대와 결속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고립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건강영역에서는 기대수명이 줄었다. 2022년 82.7세로 전년 대비 0.9세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당 시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기대수명이 감소했다. 

비만율도 악화했다. 2022년 37.2%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시기 외부활동을 못 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체감적으로 비만율 증가가 느껴지면서 당시 '확.찐.자' '급.찐.살' 등의 용어가 유행하고, 홈 트레이닝 붐이 불기도 했다.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중요한 지표인 자살률은 2022년 10만명당 25.2명으로 전년 대비 0.8명 줄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자살예방대책에도 좀처럼 획기적인 감소세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성·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 남성이 78.8명에 달한다. 심지어 20대 남성도 24.5명이다. 

고용·임금 영역에서는 고용률·실업률 모두 개선됐다. 보고서상에서는 전 연령층에서 개선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고용환경은 여전히 낮다. 큰 폭으로 개선세를 보인 부분은 모두 50대 이상인 만큼 청년 고용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의 경우 월평균 임금은 2022년 기준 327만3000원으로 늘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한 실질금액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44.8%로 벌어졌다. 

저임금근로자 비율도 16.9%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노동시장 불평등 심화는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지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상대적 빈곤율을 보면 2022년 14.9%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3%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1위인 코스타리카(22.4%)보다 높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22년 3642만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반면 가구중위소득은 3206만원으로 전년 대비 75만원 늘었다. 소득만족도는 2023년 기준 28.1%로 2021년보다 4.6% 증가했다. 소비생활 만족도 역시 21.2%로 2.5%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가구순자산은 지난해 3억9018만원으로 전년 대비 3316만원 감소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다. 동기간 금융자산은 3.8% 늘어난 반면 실물자산은 5.9% 줄어서다. 금융자산의 경우 부채 증가로 해석된다. 

주거 영역에서는 주택임대료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졌다. 주택임대료 비율은 2022년 16.0%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수도권은 18.3%, 광역시 15.0%, 도지역 13.0%를 기록했다. 1인 가구의 경우 가구지출에서 주택임대료 비율이 더욱 높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전월세 가격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2022년 3.9%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줄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은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광역시와 도지역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인 결과다. 

안전 영역에서는 범죄피해율이 늘었다. 2020년 기준 10만명당 3806건을 기록했다.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2022년 33.3%로 개선세가 이어졌다. 다만 개인정보유출, 신종질병에 대한 불안감은 늘었다. 

주관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삶의 만족도에서는 2022년 6.5점으로 전년 대비 0.2점 증가했다. 예년과 비교해도 높아졌는데, 30대와 고소득, 전문직에서 만족도를 견인했다. 

또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긍정정서를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에 대한 지표인 긍정정서는 2022년 6.7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부정정서는 3.3점으로 0.7점 줄었다.  부정정서는 개인이 걱정, 우울감 등을 얼마나 느꼈는지로 측정된다. 연령과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낮아졌다. 

권다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인구정책연구실 박사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영역별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중 아동청소년은 교육 만족도가 낮고, 청년 이후에는 물질적 삶의 취약성을 호소하는데, 노년에서 최고점에 달한다"며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객관적인 조건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제고를 위한 정책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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