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규모 차량 도난 사건 피해자 합의안 예비승인
뉴욕·시애틀 등도 차량 도난 소송 참여 움직임도

미국 연방 법원이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합의안 예비 승인을 거부했다. / 사진 = 현대차그룹
미국 내 차량 도난 집단소송과 관련, 현대자동차그룹이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합의안에 대한 예비승인이 떨어졌다. / 사진 = 현대차그룹

미국 내 차량 도난 집단소송과 관련, 현대자동차그룹이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합의안에 대한 예비승인이 떨어졌다. 구제금 규모는 당초 전망치보다 대폭 줄어든 1968억원 수준으로 부담을 덜었다는 평이다.

다만 오는 7월 법원의 최종 승인 심리가 아직 남아있고, 해당 건 외에도 차량 도난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각종 소송이 미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사법 리스크는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그룹 내 해외 대관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 '외교통'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전무로 영입하는 등 대관 역량을 키운 배경에 이같은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함께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 소유주들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로펌 하겐스 버먼은 "연방 판사가 수정된 합의안에 대한 예비 승인을 내렸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소송인들은 늦어도 올해 3월 4일까지 관련 안내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소송인들은 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은 차량의 도난 또는 도난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본인 부담 비용에 대해 합의 기금 한도 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구제 대상은 도난 방지 장치가 탑재되지 않은 특정 연식의 기아 ▲리오 ▲쏘렌토 ▲쏘울 현대차 ▲엑센트 ▲엘란트라 ▲쏘나타 등 약 500만대 이상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합의안에 대한 예비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합의안에 담긴 몇몇 요소가 공정하고 적절한 피해자 구제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법원은 합의안 예비 승인 거부 배경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차량도 여전히 도난에 취약한 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호환되지 않는 차량이 있는 점 ▲현재까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은 차량의 수가 부족한 점 등을 언급했다.

금번 구제안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차량 소유자 및 리스 이용자가 휠 잠금 장치 등 도난 방지 또는 도난 방지를 위해 설계된 애프터마켓 개조품 구입 및 설치에 대해 청구 건당 최대 300 달러(약 40만원)를 상환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이 합의안을 통해 제시한 구제금은 최대 1억4500만 달러(약 1968억원)로, 당초 전망치였던 2000만달러(약 2715억원) 대비 대폭 감소, 일부 부담을 덜었다는 평이다.

다만 안심하기엔 이른 단계다. 하겐스 버먼에 따르면 구제금은 올해 7월 15일 법원의 최종 승인 심리 이후 지급될 전망으로, 소송인들이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5월 3일까지다. 각 소송인들이 합의 금액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경우 구제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으며 관련 절차 또한 복잡해질 수 있다.

또 해당 집단소송이 합의안대로 무난히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미 전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줄소송'은 여전한 부담이다. 실제 뉴욕시, 시애틀시 등 차량 도난 관련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대대적인 리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실제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최근 "자동차 제조사가 탑재하지 않은 차량과 산업용 엔진 이모빌라이저 및 도난방지 장치가 없어, 도난에 취약한 기아 및 현대차 결함 차종에 대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국가 리콜 개시를 위한 연방정부의 조치를 요청한다"며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에 따르면 2021년 250대에 불과하던 현대차그룹 차량 도난 건수는 2022년 2356대로 800% 가량 치솟더니, 2023년에는 그 2배에 달하는 4506대까지 급증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이같은 사법 리스크는 반드시 해소하고 넘어가야 하는 과제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지자체의 반발이 선거에 있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 내 판매량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만큼, 핵심 지역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훔치기 쉬운 차'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최근 그룹 내 해외 대관조직인 GPO를 강화한 배경에 이같은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PO는 지난해 8월 신설돼,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거친 김일범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당초 팀 단위이던 GPO를 30여명 규모로 확대, 부서급인 사업부로 격상시시며 대관 역량 강화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외교통'으로 꼽히는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전무로 영입, 글로벌 현안 대응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우 전무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워싱턴소장,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한 '외교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우 전무는 GPO에서 대외 협력과 글로벌 이슈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차 자문역으로서 현재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 전략과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O 격상과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전기차 정책이 바뀔 수 있는 데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에 따라 요동치는 통상 질서, 정책 변화 등을 감안한 조직 변경"이라 설명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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