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개입·관여한 정황이 명확하다며 추가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일 한화오션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 고발 관련 입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설명회에서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 임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와 입장을 밝혔다. 

한화오션은 금번 설명회가 수주를 염두에 둔 이익다툼이 아닌 정의와 공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사측이 입수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의 KDDX 개념설계 유출 개입 정황을 다수 공개했다.

발표에 나선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우선 이번 설명회가 결코 방위사업청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주장하는 자리가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며 "한화오션은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산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 K-방산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사업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건에 연루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척기간을 지나 제재 처분할 수 없으며,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구 변호사는 "형사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여진의 개입 없이는 그 계획 및 실행이 불가능하다"며 "관련 범행이 알려진 이후 HD현대중공업 차원의 사건 은폐 정황이 의심되는 사정도 다수 존재하고,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 사진 = 1코노미뉴스

한화오션이 주장한 임원 개입·관여 정황은 ▲판결문(방사청 보유)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공개기록) ▲공무원 형사사건기록(한화오션 확보)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우선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보유한 1·2심 판결문을 공개, HD현대중공업이 '링크'라는 외주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별도 서버를 운용하며 군시 기밀을 은닉·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선 설계3부 직원들 12명에게 'S143장보고-1 개량사업 사업추진기본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으로 LIG 전략이 사업추진전략 수립시부터 반영돼 있어 보인다. 내용 보신 후 메일 삭제하시기 바란다" 등의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이 전송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은 '링크'라는 업체를 선정해 서버를 구축·관리·운영하는 행위를 했다. 그 계약은 예산 사용이 수반되는 행위로 결재 라인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기무사의 사전 확인 및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서버는 그 자체로 보안 사고에 해당한다. 중대 위반이 있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임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라고 말했다.

이메일에 대해서는 "구성원에 불법취득한 군사기밀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숨겨라 하는 것이 업무관행화 됐다는 것"이라며 "사측이 확보한 수신 자료는 익명화 돼있어 직접 확인은 불가능하나 충분히 고위직 임원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화오션은 사측이 입수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사경의 HD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를 공개, 결재 계통에 있는 상급자들도 군사기밀 자료를 열람하고 동영상을 촬영해 활용한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피의자 진술도 공개했다.

구 변호사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계획적 범죄행위를 직원 9인에 대한 처벌로 종결할 수 없다"며 "꼬리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고 면밀한 수사를 토대로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유사한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화오션(DSME)는 KDDX 개념설계 사업의 성공적 수행에도 불구, HD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현재까지도 피해가 지속 중"이라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금일 한화오션의 입장발표와 관련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기술개발 및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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