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호 기자
신민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먹튀' 행태가 올해 역시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게임 표준약관 개정' 등 손질에 나섰으나, 문제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고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공정위의 '무딘 칼'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의 뻔뻔함도 도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먹튀 게임'은 게임 출시 초기 유저들에게 확률형 상품에 대한 과금을 유도해 돈을 바짝 당긴 후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매콤한 BM ▲표절을 의심할 정도로 특정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 ▲무성의한 서비스 및 업데이트 부재 ▲극히 제한적인 환불 기간 및 대상이 특징으로, 그 근간에는 '한탕주의' 마인드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운영 상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눈물과 함께 서비스를 종료한다. 유저들과 함께한 추억을 운운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유저들은 그 눈물의 이면을 신중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당초 게임 먹튀는 몇몇 중국 게임사에서 자행하는 만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이같은 행태가 관측되고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A게임은 서비스 종료 소식과 함께 유료 아이템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그간 유저들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환불'이 아닌 '결제 취소'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결제 취소 대상은 서비스 종료 발표일 기준 30일 전에 구매한 상품 한정으로, 단 하루라도 일찍 유료 상품을 구매한 유저들은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더욱이 A게임은 구입한 상품의 구성품을 그대로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만 결제 취소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게임 상품 구성의 특성상 소모품이 많아 구성품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게임을 즐기며 상품을 구매해온 유저들에 향한 '감사함'과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에 대한 '미안함'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게임 서비스 중단을 발표한 B게임의 경우 한술 더 뜬 행태를 보이고 있다. B게임은 출시 초반 프로모션 BJ(인터넷 방송인) 등을 활용한 공격적인 홍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과금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그나마 장기간 서비스를 지속해온 A게임과 달리 B게임은 무성의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연하게도 그간 판매한 상품에 대한 환불은 한정적으로만 이뤄졌다.

또 B게임의 퍼블리싱을 담당한 게임사는 현재 B게임을 그대로 빼다 박은 신작을 발표,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신작은 B게임과 같은 MMORPG 장르로, 아직 정식 출시 전이기는 하나 공개된 몇몇 몬스터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B게임과 같은 게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사하다. 사실상 간판만 바꿔달아 재출시하는 셈으로, 이미 유저들 사이에선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먹튀 게임이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공정위도 지난달 27일 '온라인게임 표준약관'과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을 각각 개정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정작 문제의 핵심에는 닿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 공정위가 내놓은 개선 방안은 게임사로 하여금 서비스 종료 이후 최소 3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유료아이템 환불절차 이행을 위한 전담 창구 등 고객 대응 수단을 마련하여 운영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유료아이템·유료서비스는 종전의 표준약관에 따르더라도 환불이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게임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게임사의 모든 연락이 두절되어 게임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환불요청권 행사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이른바 '먹튀 게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이번 개정으로, 게임이용자들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하고 공정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게임산업 내 대표적 불공정 사례였던 확률정보 조작 등이 개선되고, 먹튀 게임으로 인해 정당하게 환불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게임이용자들의 피해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즉 공정위의 방안은 환불 기준 세분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보단 원활한 환불요청권을 행사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앞서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 문제의 해결책이라기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 개정된 표준약관은 강제성이 없는 '권장' 사항으로, 각 게임사들이 이를 얼마만큼 자발적으로 따를지도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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