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 사진 = 흥국생명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 사진 = 흥국생명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흥국화재가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재도약에 나선 가운데, 같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흥국화재와 달리 흥국생명이 마주한 현황은 녹록치 않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 특히 취임 당시 내세웠던 조직관리 측면에서 숱한 잡음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흥국화재는 송윤상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세를 이끌어온 임규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으나, 흥국화재는 언론계 출신인 임 대표보다 보험 전문가인 송 실장이 대표직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송 실장의 내정 배경에 대해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올해 보험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송 내정자는 리스크 관리와 신회계제도 도입에 있어 차별화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화재가 지난해 호실적에도 대표 교체를 단행함에 따라 같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의 리더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재까지 흐름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임 대표가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음은 물론,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실망스런 모습을 노출해왔기 때문이다.

흥국화재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55.6% 감소한 1642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220억원으로 64.8% 줄었으며, 보험손익은 1651억원에서 870억원으로 47.3% 감소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평가손익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며 투자손익도 154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각각 47.3%, 77.3% 감소했다. 

특히 3분기 별도 기준으로는 순이익이 930억원에서 334억원으로 64.0%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은 734억원에서 51억원으로 93.05% 급락했다.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잡음이 잇따랐다. 지난해 초 흥국생명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한 지점장이 직원 다수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어 조사를 위해 방문한 본사 임원이 "(피해를 본) 두 사람도 자를 것"이라는 등 2차 가해성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흥국생명 측은 "해당 지점장과 임원이 입사 동기 관계라 보고를 누락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이로 인해 사안에 대한 인지 자체가 늦어졌다"는 해명과 함께 해당 지점장과 임원을 해임, 사건은 일단락 됐다.

GA(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HK금융파트너스의 출범 과정도 노조, 정치권과 갈등을 빚는 등 순탄치 않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임직원과 설계사들이 불법 영업행위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곤혹을 치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된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수십건에 달하는 불법영업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내용은 ▲고객 보험료 대납 ▲특별이익 제공 ▲경유계약 등으로 8명의 지점장과 11명의 설계사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 의원은 "GA 설립은 신고제이지만 사실 승인과 다름없다. 임직원 및 지점장, 설계사 등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어떤 발표도 하지 않은 채 GA가 설립됐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며 "흥국생명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는데, GA 설립으로 회사 분리가 이뤄질 경우 이러한 조직적 불법영업행위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유사한 행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을 딛고 출범한 HK금융파트너스 역시 갑작스런 대표를 교체로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흥국생명은 HK금융파트너스의 초대 대표로 김상화 흥국생명 영업본부장을 선임했는데, 불과 60여일만에 김 본부장을 해임하고 '뼛속까지 태광맨' 신용준 전 흥국생명 전무를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김 본부장은 자신의 해임 사유가 정당하지 않고, 해임 과정에서 명확한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흥국생명을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HK금융파트너스의 대표 교체가 측근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사실상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상화 본부장이)대표로 선임된 이후 인사와 조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계사 100여명이 이탈했다"며 "이에 관한 책임을 물어 해임한 것"이라 설명했다.

앞서 임 대표도 2022년 취임 당시 이 전 회장의 복귀 포석을 위한 인사라는 논란 겪은 바 있다. 임 대표가 공직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와 관련, 대외관계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이었다.

당시 흥국생명은 임 대표의 선임 배경으로 금융분야 전문성은 물론, 조직관리와 대내외 소통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임 대표는 지난해 두 부문 모두에서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임 대표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다. 앞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이 전 회장이 복권 두 달여 만에 횡령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임 대표의 대관 역량이 재차 중요해졌다는 시각이다.

한편 임 대표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로,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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