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를 앞둔 가운데 중장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고령층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미리캔버스
초고령사회를 앞둔 가운데 중장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고령층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미리캔버스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던 선배가 최근에 퇴직했다. 50대 중반, 고위직으로 퇴직하셨지만, 갈 곳이 없다며 미리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고령화로 노인 빈곤이 우려된다던데, 정년연장부터 해결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고자 주거·생계·건강·돌봄 등 각종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바라보는 중장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고령층 증가에 대비하려면 정년연장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 1인 가구 진광호(가명, 48) 씨는 요즘 부쩍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진 씨는 벌써부터 퇴직 압박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는 "60세 정년은 대기업만 해당한다. 중소기업에서는 '보이지 않는 권고사직'으로 40대 말부터 퇴직한다. 전문기술이 없다면 앞이 깜깜할 수밖에 없다"며 "인구도 줄고 있고, 나라에서 노인들 다 먹여 살려줄 수도 없는데 정년을 연장하던가. 근본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후 불안감을 호소하는 건 비단 진 씨만의 일이 아니다. 평균 50세에 퇴직하는 현 고용환경에서는 충분한 노후를 대비하기 힘들다. 자칫 소득절벽이라도 온다면 빈곤한 삶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가 발표한 '2023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50.5세에 불과하다. 

퇴직 사유는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 비율은 56.5%, 정년퇴직은 9.7%에 그친다. 그리고 퇴직 중장년이 재취업 후 정규직 비율은 42.1%로 나타났다. 퇴직 전에는 74.5%가 정규직이었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삶의 질이 확연히 떨어지는 셈이다. 50세에 퇴직해 비정규직을 전전한다면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해외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방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34.4%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 근속연수 중윗값을 보면 우리나라 남성 임금근로자는 4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 증가세가 멈췄다. 제도적 보호가 작용하는 60세 정년 이후는 급락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사회적으로 노인연령 상향과 동시에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제도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로 간주하기보다는 70세 이상으로 간다면 65세 인구는 복지의 수혜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생산가능 대상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노년기에 진입해 노인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예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기초연금의 기금이나 의료비, 교통비 등 많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의 증가가 멈추고 50대부터 급락한다"며 "여성의 경우 30대 중반부터 중위 근속연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데, 50대 남성 및 40대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는 세계적으로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다"고 지적했다. 

그 요인으로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한 연구위원은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에 대한 수요를 낮추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년연장은 주장의 정당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을 64세까지 납부하고 65세부터 받는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간 의견차는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업종과 사업장마다 상이한 상황을 고려해 일률적인 법정정년 연장보다는 임금체계 개편, 고용유연성 강화 등으로 재고용을 포함한 계속고용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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